등록금 쌓아둔 대학에 지원금 주고, 비수도권 대학 점수 깎아…
잉여금 많이 남긴 사립대 12곳
방치하고 그중 5곳 222억 지원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
전문가 “대학구조 개혁 재검토해야”
잉여금 많이 남긴 사립대 12곳
방치하고 그중 5곳 222억 지원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
전문가 “대학구조 개혁 재검토해야”
교육부가 대학들에 해마다 수천억원씩 지원하는 과정에서 등록금을 쌓아둔 대학이나 비리·부정 사립대에도 재정을 지원하고 비수도권 대학들은 차별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비슷한 방식으로 대학들에 입학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및 대학 특성화 사업 등 대학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2011~2013년 교육부(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연 7200억~8500억원을 지원한 대학 교육역량 강화 사업과 연구역량 강화(BK21 플러스) 사업, 산학협력 강화(LINC) 사업 등 주요 정책의 방식·성과를 감사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수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부정·비리 대학, 최소 교육 여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도 지원하는 등 성과 관리가 미흡하고 불합리한 평가 기준·방식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사립대 12곳이 지난 3년간 등록금으로 받아 교육비에 쓰지 않고 남겨둔 잉여금은 모두 2963억여원(한해 평균 987억원)이다. 등록금 환원율(등록금 중 교육비 지출액 비율)은 80%에 머물렀다. 이들 대학의 장학금 비율은 전체 대학 평균보다 3.4~4.2%포인트 낮았고, 연구비 비율도 2.4~2.9%포인트 뒤처졌다. 이런 대학에는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재정 지원을 삭감하는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방치했고, 심지어 12곳 가운데 5곳에는 3년간 222억원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교육부는 부정·비리를 적발해 고발한 대학이 어디인지를 평가 주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2년엔 9곳이 196억원을, 현 정부 첫해인 2013년엔 14곳이 386억여원을 지원받았다. 교육부가 이들 비리 사립대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준 셈이다. 감사원은 교육부의 이런 직무 태만을 문제 삼아 당시 담당 과장 등 3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 전직 관료들이 사립대 총장·교수 등으로 무더기로 전직하며 형성한 이른바 ‘교피아’(대학 등에 유착한 교육 관료 출신)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했으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전임교원 61% 이상 확보 등 최소 필수교육여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 19곳도 재정 지원 제한을 하지 않았다. 거액 예산을 투입하고도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성과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정 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는 지역·계열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지방대를 차별하고 예체능·기초학문 외면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비수도권에선 고졸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훨씬 적어 재학생 충원율에서 불리한 점, 예체능·인문사회·자연 계열 학생이 많은 대학은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 등을 무시한 채 평가했다고 감사원은 짚었다. 감사원이 지역·계열별 특성을 반영해 재산정해보니,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들에 점수를 더 주고 비수도권 대학들엔 점수를 깎는 평가 방식을 적용한 셈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부는 정원 감축 필요성을 앞세워 대학 구조개혁 정책과 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정량지표를 활용하고 정원 감축 규모에 가산점을 주는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수·학생·교직원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지방대·전문대부터, 예체능·기초학문 계열부터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는 이런 비판이 설득력이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교육부가 재정 투입과 교육 여건 개선을 연계시키지 않고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채, 현재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대학 구조개혁 정책의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범 최현준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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