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근거 없이 연 330만원씩 징수
“반환해야” 잇단 법원 판결에
정부, 수업료 명목 부과 추진
국공립대생들 “3차 소송 낼 것”
“반환해야” 잇단 법원 판결에
정부, 수업료 명목 부과 추진
국공립대생들 “3차 소송 낼 것”
국공립 대학이 학생들한테서 기성회비를 받는 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는데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대대적인 기성회비 반환 청구소송 운동을 선언했다.
부산대·전남대 등 국립대 7곳의 학생 대표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은 2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지금까지 법적 근거도 없는 기성회비를 물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비 부담을 학생·학부모들한테 떠넘겨왔음이 법원 판결로 거듭 확인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 부담을 앞세워 기성회비를 수업료 명목으로 다시 학생들한테 부담 지우려 하고 있다”며 ‘기성회비 반환 청구 1만인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미 서울대 등 국립대 7곳 대학생 4086명은 2010년 11월 ‘부당 징수한 기성회비 중 10만원을 돌려달라’며 1차 소송을 내어, 2012년 1월 서울중앙지법, 2013년 11월 서울고법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2012년엔 경북대 등 14곳의 학생 9442명이 두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기성회비 징수와 관련한 법률은 따로 없다. 다만 정부가 1963년 제정한 문교부 훈령을 근거로 거둬, 시설·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 운영 경비 등으로 써왔다. 지금까지도 국립대들은 학생 1명당 한 해 330만원가량을 기성회비 명목으로 걷고 있으며, 여기에 수업료 70만원가량을 더해 등록금으로 정하고 있다. 국립대들이 기성회비로 거두는 금액은 한 해 1조3000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서 20% 남짓은 학교 시설 확충 등이 아닌 직원 인건비로 쓴다. 기성회비 반환 1차 소송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면, 대학들은 10년치 13조원가량을 돌려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기성회비로 거두는 한 해 1조3000억원을 국가 예산으로 투입할 여력이 없다’며, 단지 대학의 기성회회계만 없애는 내용의 ‘국립대학 재정·회계 법안’(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 2012년 발의)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태도다. ‘기성회비는 사실상 등록금으로 간주돼왔다’며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돌려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 의원 25명은 ‘국립학교 운영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 및 고등교육의 지나치게 낮은 공교육비 비중 등을 근거로, 2020년까지 해마다 기성회비 수입액의 20%씩 단계적으로 국고 지원을 늘리는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을 지난 2월 발의하고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유 의원은 “국고 지원액을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입해 고등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한층 높이자는 취지다. 재정 형편이 어렵다면 국고 지원 비율을 조정하자고 해도, 정부는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승백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기성회비 징수의 불법성은 2004년부터 제기돼왔는데도 정부가 지금껏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3차 소송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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