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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박용현, 서울대 병원장 때 수익 치중…대학의 기업화 우려”

등록 2014-07-29 21:31수정 2014-07-30 10:35

‘재벌 총수’ 출신 서울대 이사장에 쏟아지는 뒷말
서울대 이사회가 박용현(71) 전 두산그룹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하자, 서울대를 기업처럼 수익·경쟁 중심으로 운영하리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011년 12월 국립대에서 법인으로 전환할 때부터 제기돼온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회장은 중앙대를 기업 구조조정하듯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는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줄곧 중앙대 이사를 맡아왔다. 서울대병원장 재임 때도 수익을 앞세우는 구조조정을 주도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박용현 전 회장의 지난날 행보가 서울대를 기업식으로 운영하리란 우려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그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2008년부터 이사를 맡아 중앙대가 기업 논리에 복속되는 데 핵심 구실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대 재단은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도 기초학문 학과 정원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경영 논리를 대학 운영에 도입했다. 회계 과목을 모든 신입생이 의무 수강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29일 2014학년도 중앙대 이사회 회의록를 확인해보니, 박 전 회장은 예체능학과 정원 축소와 학생활동 규제 강화 안건들에 찬성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어독문학)는 “두산가 형제들은 학교에 가장 비민주적인 기업 운영 방식을 들여와 교수·학생 등 구성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그런 박용현 이사가 서울대 이사장이 된 건 국공립대까지 기업화를 확장하는 것으로, 국가 장래에 치명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중앙대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지난 5월 중앙대를 자퇴한 김창인(24)씨도 “박 전 회장이 이사회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서울대병원장이던 1998~2004년에 병원 수익을 우선시하는 ‘의료영리화’를 주도했다고 한다. 매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내세워 병원 운영 중심축을 수술 건수 늘리기, 의료인력 줄이기 등 이윤 추구로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수·검진건수를 기준 삼아 의사한테 차등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2007~2012년 두산그룹·두산건설 회장일 때는 두산그룹의 경영 기조인 노조 무력화를 그대로 이어갔다고 노조 관계자들은 말한다.

의료인력 감축 등 이윤 추구
“국공립대까지 기업화 확장될 것”
중앙대 이사때 예체능 정원축소 등
이사회 안건 모두 ‘찬성’…핵심역할
서울대 법인화때부터 우려되어온
교수 성과급제 등 도입할 수도

박용현 전 회장의 이런 행적 탓에, 서울대의 법인화 당시부터 우려돼온 ‘총장 직선제 무력화, 교수 성과급제 도입’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가속도가 붙으리란 우려 섞인 관측이 많다. 서울대 이사회는 총장 선임뿐 아니라 운영계획, 예산안 등을 심의·의결하며, 대학·대학원의 설치·폐지도 심의할 수 있다. 특히 이사장은 하루 전에만 이사들한테 통보하면 단독으로 이사회 개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서울대 이사회는 28일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을 적용해 박 전 회장을 이사장으로 뽑았다. 이사 15명이 저마다 1명씩 이름을 적어낸 뒤 2차에선 4순위자까지를 놓고 투표했는데 박 전 회장이 과반을 얻었다고 한다. 이사 선임 승인권을 교육부 장관이 쥐고 있어 교육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19일 이사회는 총장을 간선 방식으로 처음 뽑으며 총장추천위원회의 1순위자 대신 2순위자를 선택해 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조뿐 아니라, 교수들의 법적 공식기구인 평의원회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교수협의회는 이사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결정도 총장 직선제 폐지를 추진해온 교육부에 발맞춘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연직 이사인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이사장의 역할은 이사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정도라 중앙대처럼 기업화되리라는 우려는 확대해석이고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용현 전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벌 회장 출신으로 제기되는 우려 등과 관련한 질문에 “인터뷰는 안 하겠다.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수범 서영지 김지훈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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