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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분위도 거부한 김문기, 이사 이어 총장까지 ‘독주’

등록 2014-08-15 19:12수정 2014-08-15 21:59

이사회, 김문기 총장 선임 파장
횡령·편입 비리 등으로 물러났는데
이사회 재장악뒤 또 전횡·독단운영
“총장 인정 못한다” 시민사회도 격앙
교육부, 이사 선임 거부할지 관심
강원도 원주시 상지대에서 사학비리 전과자인 김문기(82)씨가 재단 운영에서 손을 뗀 지 21년 만에 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사학 정상화’를 내건 교육부의 정책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제도가 실패했음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김씨는 1972년 교육부 임시이사로 파견돼 이사장으로서 재단 운영권을 장악한 뒤 교비 횡령, 입학 부정 등 비리 의혹으로 교수·학생·교직원 등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다 1993년 ‘문민정부 사정 1호’로 구속된 사학비리 대표 인물이다.

그런데도 교육부와 사분위는 2010년 김문기 옛 재단에 정이사 추천권을 줘 비리 재단 복귀의 길을 터줬다. 교육부와 사분위는 ‘비리 당사자 배제’ 등 정이사 기준을 공표하며 옛 재단과 구성원들이 협의해 운영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옛 재단 쪽 이사들은 교수 충원, 학생 기숙사 설립 등 주요 안건을 번번이 부결시키며 구성원들의 민주적 추대로 선출된 총장의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게 했다.

교육부는 이사회 파행 운영을 감사해달라는 채영복 전 이사장과 유재천 전 총장 등의 거듭된 요구에도 뒷짐만 졌다. 3월 말 구성원 추천 이사들이 사퇴하자 김씨의 둘째아들 김길남(46)씨가 이사장에 올라 운영권을 재장악한 뒤 ‘전횡·독단 운영’을 일삼아 구성원들의 반발을 키워왔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개방이사 확대 등 사학 운영 투명화를 담은 2007년 개정 사립학교법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새누리당 쪽의 반발로 무력화된 사정이 작용했다.

사실 김문기씨는 ‘사학분쟁 조장 위원회’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은 사분위조차 지난 1월 ‘비리 당사자’라며 이사 선임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옛 재단 쪽 이사들로 채워진 학교법인 상지학원 이사회는 김씨를 지난 7월28일 이사로 선임했고 급기야 14일 총장으로 선출했다. 이사 선임, 그리고 이사장의 직계존속 같은 특수관계인의 총장 선임은 교육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사립학교법에 규정돼 있다. 김씨 쪽은 이 법망을 피하려고 아들을 이달 초 이사장에서 사퇴하게 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교육부가 ‘비리 당사자 배제’ 등 그간 밝혀온 기준에 따라 김씨의 이사 선임을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임원(이사) 결격 사유, 이사장과 총장의 특수관계 여부 등을 확인해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인 정대화 상지대 교수(교수협의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는 15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사학비리 전과자가 총장까지 하겠다는 이런 상황은 교육부의 사학 정책과 사분위 제도가 실패했음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김문기씨를 총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지역사회의 우려도 크다. 총학생회는 총장실 점거, 교육부 장관 항의방문, 수업 거부, 동맹휴학 등에 나서기로 했고, 교수협의회도 18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윤명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어처구니없는 사태다. 상지대를 어두운 과거로 돌리기까지 정부는 뭘 했나”라며 분개했다. 용정순 원주시의원은 “많은 이들이 ‘역사가 거꾸로 흐르고 있다’며 당혹스러워한다”고 걱정했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범 기자, 원주/박수혁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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