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없이 3종만 선정토록 지침
사실상 교장에게 선택권 맡겨
사실상 교장에게 선택권 맡겨
교육부가 검인정 교과서 선정 때 교사들이 행사해온 교과서 순위 추천권을 올해부터 박탈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교육부가 지난 8월 말 학교들에 보낸 ‘2014학년도 검인정 교과용 도서 선정 매뉴얼’을 보면, 교육부는 교과 담당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협의회가 평가점수를 합산해 교과서 3종을 선정한 뒤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순위를 정하지 말고 추천하도록 했다. 지난해까진 교과 교사들이 한달 남짓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살펴 개인별 평가표를 작성한 뒤 3종을 가리고 우선순위를 정해 학운위에 추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사들의 전문성이 반영된 순위 추천을 막는 대신 학운위가 순위를 정하고 이를 통보받은 학교장이 교과서를 최종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학운위원 대부분이 학부모나 지역인사들이어서 교과서에 대한 전문성은 거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교과서 채택 권한이 학교장에게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학운위원은 “학운위원들이 순위를 매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교장 입김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일부 사립고에선 3순위로 오른 교학사 교과서를 교장 압력 등으로 채택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변경한 적도 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고교 교사)은 “비전문가인 학운위원들이 10여 과목 교과서 30여종을 몇 시간 회의만으로 제대로 검토할 수는 없다.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확대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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