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반환 판결 잇따르자
국공립대총장협, 전환 징수 합의
정부는 시행령 바꿔 징수 길 터줘
국공립대총장협, 전환 징수 합의
정부는 시행령 바꿔 징수 길 터줘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걷어온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는 불법이라며 이를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립대들과 정부가 각종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기성회비를 계속 징수할 길을 트려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가 22일 ‘기성회비’를 ‘등록예치금’이라는 명목으로 전환해 징수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교육부는 27일 특수목적 국립대들이 기성회비를 수업료 명목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시행령을 고쳤다. 국립대들이 기성회비 명목으로 걷는 금액은 한해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성회비만 받고 수업료를 100% 면제해주던 한국해양대·목포해양대·한국체육대·한국복지대·한국교원대 등 특수목적 국립대 5곳이 앞으로는 기성회비 대신 수업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립학교 설치령’과 ‘한국교원대학교 설치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수업료를 면제한다’는 조항을 ‘수업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한다’로 고쳤다. 기성회비가 폐지될 경우에 대비해 “일부 등록금(기성회비 상당액)을 수업료로 징수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한 것이다.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기성회비 전액을 등록금으로 돌리자’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안(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등), ‘국립대 운영 책임이 있는 국가가 일부라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기성회회계 처리 특례법안(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등이 계류돼 있다. 이처럼 국회가 입법 논의를 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특수목적 국립대부터 ‘기성회비 전액을 수업료로 징수하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선 셈이다.
최은희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은 “기성회비를 폐지하면 재정이 부족해지리라 우려한 대학들이 시행령 개정을 건의해왔다. 기성회비의 전액이든 일부든 수업료를 받을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쪽은 “여야가 서로 다른 성격의 법안을 발의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교육부가 먼저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받겠다고 나선 건 월권”이라며 “법보다 시행령을 우선시하는 행태”라고 짚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관보’를 통해 지난해 12월26일~올해 1월5일 입법예고했다고 했으나, 이를 누리집에 싣지 않았고 언론에도 따로 알리지 않았다.
앞서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신입생들한테 기성회비 대신 등록예치금을 내도록 고지하기로 해, “근거도 없이 기성회비 부담을 학생한테 떠넘기려는 편법”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국공립대 쪽은 ‘곧 있을 대법원 판결로 기성회비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대체할 법안마저 국회에 발이 묶여 있어 재정 운용에 제약이 많다’며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등록예치금 방식의 기성회비 징수를 하지 말도록 행정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등 국립대 7곳의 대학생 4086명이 2010년 11월 ‘부당 징수한 기성회비 중 10만원을 돌려달라’며 1차 소송을 내어, 서울중앙지법(2012년 1월)과 서울고법(2013년 11월) 재판에서 모두 승소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등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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