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단어 뜨면 부모에게 알려
정부 대책 인권침해·실효성 논란
정서 검사도 시기 앞당겼을 뿐
심리치료 지원대책은 없어
정부 대책 인권침해·실효성 논란
정서 검사도 시기 앞당겼을 뿐
심리치료 지원대책은 없어
초·중·고교 학생의 자살을 줄이겠다며 교육부가 학생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살 관련 단어가 뜨면, 해당 학생의 부모한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책을 세웠다. 인권침해 위험이 높을뿐더러 실효성이 의심되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참석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 학생 자살 예방 대책 안을 넘겼으나 안건 상정을 미뤘다. 학생 자살은 연예인 자살이 잇따른 2008년 137명, 2009년 202명, 지난해 118명 등 해마다 100명을 넘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을 기록해왔다. 올해도 1월 3명, 2월 5명, 3월도 12일까지 8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 대책의 뼈대는 학생 스마트폰의 자살 징후를 부모한테 알리는 애플리케이션(앱) 제공,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 조기 시행, 학교·아파트 등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 등이다.
먼저 ‘자살 징후 부모 알림 서비스’는 일상적인 실시간 감시로 학생의 사생활을 통제하는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학생이 앱 설치를 꺼리고 특정 단어 사용을 회피할 수 있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때 시범 운영한 비슷한 앱도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 차단 방안은 화재 등 응급상황 대비책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시기를 5월에서 4월로 앞당기겠다고만 할 뿐, 검사 뒤 심리치료를 무료로 지원하는 대책은 여전히 없다.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 200만여명 대상의 검사 결과 심리상담센터 의뢰 등이 필요한 ‘우선관리군’ 학생은 2013년 5만7200명(2.7%), 2014년 5만4600여명(2.7%) 등 11만1800여명이나 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주요 자살 원인인 가정 불화, 성적 비관 등에 대응하려면 가정경제 파탄 때의 사회안전망 구축, 입시 경쟁교육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뒤늦게 해명자료를 내어 “이런 대책 안을 사회관계장관회의에 회부했으나,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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