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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4·29 재보궐선거’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5-05-11 22:19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벼랑 끝에 몰린 제1야당

4·29 재보궐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났다. 최대 승부처로 꼽혀온 서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준 것은 물론 안방인 광주 서을에서도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무릎을 꿇는 등 0 대 4로 전패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뼈아픈 결과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도 역시 ‘정권심판론’에만 기대 선거를 치렀다. 특히 선거전 중반에 불거진 성완종 스캔들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 선거의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민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 문제에 대한 여당의 물타기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수세에 몰리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더욱 문제는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정권 심판에 적합한 선거구도’를 짜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번 재보선 지역은 인천 서구강화을 한 곳만 빼고는 모두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여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지역들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는 야권연대는 고사하고 당 내부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의 부당성 심판이라는 대의는 처음부터 실종됐고, 선거판 전체가 정권심판론, 야당심판론, 정치 철새 심판론 등이 뒤섞인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 이득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광주 서을에서의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제1야당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호남 여당’인 새정치연합의 오만과 무기력에 대한 불만감, 새정치연합 주류 세력들에 대한 이 지역 유권자의 거부감과 소외의식, 야권 재편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새정치연합의 완패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야당,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빨간 신호를 ‘문재인호 야당’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번 재보선은 새정치연합의 패배만이 아니라 야권의 공동패배라고 해야 옳다. 서울 안의 야당 텃밭인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준 것은 대표적인 예다. 이는 야권의 각개약진을 제어할 만큼의 확고한 통합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새정치연합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크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된 야권 인사들의 자기중심적 사고 탓도 크다. 특히 숱한 논란 속에 출마를 강행했으나 결국 3등에 그친 정동영 후보는 ‘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주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로 신당 추진의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게 됐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를 인물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과 정동영의 패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이번 재보선이 야당의 패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온전한 승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명목상 수도권 세 곳을 석권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야권 후보들의 난립을 틈탄 어부지리 성격도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책임, 국정운영의 각종 난맥상에 대한 면죄부로 여겨서는 결코 안 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재보선 결과를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받아들이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4·29 재보궐선거의 개표 결과를 지면에 반영하느라, 일부 지역에 배달된 판에는 위 사설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해당 지역 독자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중앙일보 사설] 4·29 민심 오해 말라…이젠 국정개혁에 매진해야

어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곳, 무소속이 1곳에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멸했다. 이번 선거는 지역구 4곳에 불과한 미니(mini) 선거였지만 결과적으로 수퍼(super) 선거가 되고 말았다. 여야의 수뇌부가 총출동해 올인하다시피 판을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성완종 사태까지 터지면서 각종 국정 현안이 재·보선 뒤로 밀렸다. 정치권이 이렇게 ‘동네 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심은 차분했다. 4·29 재·보선 투표율은 36%에 머물렀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보다 소폭 올랐을 뿐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결과를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성완종 쓰나미’라는 악재를 만났으나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압승을 거둔 측면이 더 짙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이다. 새정치연합은 오로지 성완종 파문에 매달려 반사이익만 노렸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성완종 특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유권자들은 “여야 모두의 문제”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에 의해 지역 선거가 전국 선거처럼 둔갑했을 뿐이다. 또한 재·보선 지역마다 독특한 사정들을 안고 있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패배한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물밑에서 오히려 제3 후보를 미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계파별로 이해가 엇갈려 선거운동에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따라서 정파적 시각에 얽매여 이번 선거가 전국 민심을 대변한 것처럼 우긴다면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재·보선을 핑계로 미뤄놓은 숙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야가 선거 결과를 놓고 주판알을 퉁길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부터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계속 겉돌았고, 발등의 불인 공무원연금 또한 ‘무늬만 개혁’으로 후퇴시킨 채 재·보선 뒤로 넘겼지 않은가. 여야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2+2 담판 등을 통해 매듭지을 건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 내년 총선까지 남은 1년의 개혁 골든 타임을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정부도 현안들의 교통정리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검찰은 사회개혁 차원에서 성완종 사건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면 비리 의혹의 진상도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다. 더 이상 병상(病床) 담화나 유체이탈 화법으로 적당히 끝낼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파문이 커졌다면 국민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는 게 예의다.

이제 재·보선의 승패를 떠나 대통령과 여야는 배를 탔다는 심정으로 개혁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 더 이상 과거에 매달려 미래를 망칠 수 없다. ‘이제 국정개혁에 매진하며 속도를 내달라’는 게 4·29의 엄중한 메시지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정권 심판 선거구도 못 이뤄”…중앙, “지역구 4곳 불과한 ‘동네선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왼쪽)이 친노패권주의가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왼쪽)이 친노패권주의가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4·29 재보궐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완패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3곳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광주 서구을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1년 재보선에서부터 지난해 7·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보궐 선거에 이르기까지 연패를 거듭 중이다.

이런 결과를 바라보는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서로 비슷해 보인다. 한겨레는 “야권의 각개약진을 제어할 만큼의 확고한 통합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새정치연합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지적한다. 중앙 또한 새누리당의 승리가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압승을 거둔 측면이 더 짙다”고 평가한다. 두 사설 모두 야당의 분열이 여당의 승리를 낳았다고 진단하는 셈이다.

두 신문은 또한 여당에 대해 유사한 경고를 던진다. 중앙은 “이번 선거가 전국 민심을 대변한 것처럼 우긴다면 헛다리를 짚는 것”이라며 여당의 자만을 경계한다. 한겨레 역시 “이번 재보선이 야당의 패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온전한 승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한마디로 야당이 부족했을 뿐, 여당이 잘해서 선거에서 이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4·29 재보선의 의의를 가늠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한겨레는 야권의 선거 패배 원인으로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정권 심판에 적합한 선거구도’를 짜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꼽는다. 한겨레는 재보궐 선거에서 ‘정치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듯싶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헌정사상 최초로 벌어진 정당 해산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방점을 두고 ‘중간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선거를 이끌었어야 한다. “‘정권 심판에 적합한 선거구도’를 짜는 데 실패했다”는 한겨레의 진단은 이 점을 짚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한겨레는 이번 재보선이 “새정치연합의 패배만이 아니라 야권의 공동패배”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서울 관악을의 선거결과를 예로 든다. 야권인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얻은 표를 합치면 오신환 당선자의 득표수보다 훨씬 앞선다. 이렇게 본다면 4·29 재보궐 선거는 정치의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 뿐더러 통합능력도 발휘하지 못한 야당에 대한 중간평가였던 셈이다.

반면, 중앙은 4·29 재보궐 선거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지역구 4곳에 불과한 미니 선거”였을 뿐이며, 전국 246개 선거구 가운데 4곳의 향배는 현재의 의석 지배 구조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이 없다. 이번에 뽑힌 의원들의 임기 역시 1년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은 ‘동네선거’에 불과한 재보궐에 “여야의 수뇌부가 총출동해 올 인하시피 판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왜 4·29 재보궐 선거의 가치를 높게 보지 않을까? 중앙 사설은 묘하게 선거 당시 이루어졌던 새누리당 김명언 원내 대변인의 원내 현안 관련 브리핑을 떠올리게 한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재보궐 선거 이후에는 공무원 연금개혁 등 4대 구조개혁과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 당면 국정 과제가 코앞에 닥쳐 있어 이번 재보궐 선거가 국가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었다.

선거는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어렵게 한다. 표를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국익과 소신에 따라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4·29 재보궐 선거가 ‘지방 선거’를 넘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지녔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중앙은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부터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제 국정개혁에 매진하며 속도를 내달라’는 게 4·29의 엄중한 메시지다”라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전체적으로 여권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역시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다”라며 정치 불신을 부른 정부여당에 대한 질책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석 네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 지나지 않았다. 진검승부격인 20대 총선은 앞으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의 신뢰를 받고 싶다면 야당과 정부여당은 두 사설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보궐 선거의 특징과 4·29 보궐 선거”

보궐(補闕)선거란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이 임기 중에 죽거나 기타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을 때 실시하는 선거이다. 헌법 6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자리가 비게 되었을 때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되어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전임자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15일 이내에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총선 때보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집권 여당 후보의 득표률도 낮아지곤 한다. 선거는 정권에 불만을 표출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보궐선거가 ‘여당의 무덤’이라 불려 왔던 이유다.

나아가, 총선에서는 당선되기 어려운 후보가 선전(善戰)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보궐선거에서는 지역의 현안이 크게 이유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기에 지지층을 관리할 조직이 지역에 얼마나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득표율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4·29 보궐 선거에는 이런 성향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2011년 재보선 이후, 보궐선거는 ‘야당의 무덤’에 가까운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이번 보궐 선거에서는 광주 서을, 서울관악을, 성남 중원 등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선거구에서조차 야당이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야권의 분열에서 찾는다.

보궐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때문에 지역 선거에 정당들이 뛰어들어 과열되는 양상이 자주 일어난다. 이에 따라 보궐 선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추천 도서]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장영란 지음
사계절 펴냄, 2008년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
최장집 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2013년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픈 어린아이는 쓴 약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약 대신 달콤한 사탕을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투표로 굴러가는 민주주의 아래서는 입바른 사람이 선택받기 어렵다. 감언이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들이 정권을 잡곤 한다. 플라톤이 지혜를 가진 엘리트가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에 따르면, 민주주의를 이끄는 정당은 이익집단이 아니다. 정당은 공익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정당들은 지역이나 계층의 이해관계보다 공동체 전체 이핵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는 어떤가? 민주주의는 지역 이기주의나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추락하기 쉽다. 두 책을 읽으면 민주 정치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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