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학교로 복귀한 김문기 총장이 13일 강원도 원주 상지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원주/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구성원 “김씨 장남과 측근이 이사진으로 영향력 행사…정상화 멀다”
사학비리 전력자로서 총장에 복귀해 사학 분규를 촉발한 김문기(83)씨를 상지대 재단이 9일 총장직에서 해임했다. 교육부의 총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다 ‘이사진을 해임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고서야 뒤늦게 해임을 의결했다.
상지대 재단인 학교법인 상지학원(이사장 장광수)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총장 해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등이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상지대 재단의 관련 보고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공식 답변을 받은 뒤 감사 처분(김문기씨 해임) 이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지대 재단은 이날 비리 재단 복귀에 반대해온 공제욱·방정균·박병섭 교수 등 교수협의회 전·현 대표 3명을 해임해 ‘비판 세력 압박’을 이어갔다. 재단의 김문기씨 해임은 교육부의 임시이사진 파견 등을 피하려는 것일 뿐, ‘학교 정상화’를 위한 조처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앞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월10일 김문기씨가 학생 결손 수업 보충을 소홀히 하고 직원을 부당 채용하는 등 부당 행위를 주도했다는 종합감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총장 해임)를 요구했다. 하지만 재단은 처음엔 정직 1개월 처분(5월11일)을, 교육부의 재심의 압박에도 정직 2개월 처분(6월10일)으로 버텼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 분쟁 당사자인 김문기씨한테 총장 사퇴를 권고했고 감사를 벌여 해임을 요구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학생들의 수업 거부 등 학내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7월15일까지 해임하지 않으면 이사 8명 모두를 해임(임원 취임 승인 취소)하겠다’고 재단에 계고장을 보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김문기씨 해임을 반기면서도, ‘현 이사진이 상지대 운영권을 쥐고 있는 한 상지대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중립적이고 공정한 임시이사진 파견을 교육부에 거듭 촉구했다. 김씨의 장남인 김성남(50)씨가 재단 상임이사가 됐고 다른 7명도 김씨 추천 인사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재단 쪽은 지금껏 정대화 교수 파면(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부당징계 판정), 총학생회장 등 4명 무기정학(법원이 징계 효력 정지 결정), 직원 대량 징계 등 무리한 행보로 구성원들의 반발을 키웠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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