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보고…2019년·2018년 도입
“사고력 교육 필요…쉬운 내용 구성”
교사들 “내용 어렵고 선택과목 축소”
“사고력 교육 필요…쉬운 내용 구성”
교사들 “내용 어렵고 선택과목 축소”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중학생은 2018년부터,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필수로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내놨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만드는 방법’도 공교육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선 초·중학생부터 필수과목으로 정하면 균형 있는 발달을 해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정보화 시대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사고력 교육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초등학생은 5·6학년 ‘실과’ 시간에 정보통신기술(ICT) 단원을 모두 12시간 공부하는데, 2019년부터는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을 17시간 이상 하겠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선 2018년부터 ‘정보’를 선택교과에서 필수교과로 바꿔 주 1시간씩 한해 34시간에 걸쳐 간단한 프로그래밍 개발 등을 가르친다. 고교는 2018년부터 심화선택인 ‘정보’를 일반선택 교과로 바꾼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안을 9월에 고시해 이런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대학에서도 산업계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게 하겠다며 인문계 등 비전공 학생한테도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을 확대하고, 관련 학과 신설 또는 통폐합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올해 8곳, 최대 20억원 지원)을 육성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교육부 쪽은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하겠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초·중학교 현장에선 환영보다 우려 목소리가 많다. 초·중학생 발달 단계와 어긋나는 학습을 의무화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금도 워드프로세서·파워포인트 활용 교육을 하면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프로그래밍에 등장하는 ‘n=n+1’ 같은 것을 초등학생한테 가르치면 흥미를 완전히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과 시간에 바느질, 애완동물 기르기 등 실생활 학습이 축소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프로그래밍의 기초가 수학 함수여서, 필수과목으로 바꾸면 중학생의 함수 공부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외국어·한문·진로 등 다른 선택과목이 그만큼 위축되리란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어떻게 강화할지 연구 결과나 사회적 합의도 없이 산업계 요구에만 맞추려 한다”며 “흥미와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기보다 학생 대다수한테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방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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