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연대 ‘역사교육 개편안’ 분석
사회경제·문화·생활사는 겉핥기 수준
“국정 국사교과서 폐해 되풀이 우려”
세계사도 동남아·남미 거의 배제
사회경제·문화·생활사는 겉핥기 수준
“국정 국사교과서 폐해 되풀이 우려”
세계사도 동남아·남미 거의 배제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 적용하려는 한국사·세계사 등 역사 교육 개편안이 지나치게 정치사에만 편중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국정교과서의 지배층 중심 서술이 빚은 폐해를 되풀이하고, 역사적 사건과 학생의 삶을 연결짓는 역사교육의 본령을 놓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역사교사와 역사교육학자들한테서 잇따랐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23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연 ‘2015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 분석 공개토론회에서 방지원 신라대 교수(역사교육)는 “시안대로면 초·중·고교에서 한국사는 정치사만 세 차례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역사연구회·전국역사교사모임·한국역사교육학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교육부가 5월12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동아시아사·세계사 등 4개 과목의 교육과정 개정 시안을 총괄 분석했다.
한국사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중학교 ‘역사’, 고교 ‘한국사’(필수) 시간에 가르친다. 초등학교 땐 인물 소재 정치사다. 그런데 개정 시안은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도 왕조의 흥망성쇠 등을 담은 정치사 위주로 바꾸고, 문화사·사회경제사·생활사 등을 일부 섞은 수준이라는 게 방 교수의 분석이다. 방 교수는 “역사를 정치적 사건의 연속으로만 인식하고 역사 형성의 주체인 사람은 실종된 역사교육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한국사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50%에서 40%로 줄이려는 것까지 고려하면 “현대사를 형식적으로 다뤘던 과거 국정 ‘국사’ 교과서와 비슷해져 지배층 위주 역사인식에 머물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서울 독산고 교사)은 “경제성장의 성과만 강조하거나, 조선 후기의 내재적 발전론을 포기하는 ‘뉴라이트’ 역사인식을 반영한 듯한 대목은 위험하다”고 했다.
세계사 교육도 취약해질 것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중학교 역사는 대부분 학생들이 세계사를 배우는 마지막 기회인데, 동남아·남아메리카 관련 서술을 뺐고 한국사와 세계사의 단원들도 섞었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추세와도 어긋나고, 학습 내용 익히기도 더 어렵게 되리란 지적이 나온다. 문과 고교생 일부가 선택하는 고교 세계사도 ‘중요한 지역’을 고립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이어서, 윤세병 대전 유성생명과학고 교사는 “세계 각 지역의 유기적 관계를 살피는 학계 성과를 부정하는 퇴행”이라고 했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내건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양정현 부산대 교수(역사교육)는 “집권 정파, 정치권력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바꿔야 할 이유도, 교육철학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을 오는 9월 확정할 방침이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2015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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