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장관이 1980년 한글학회 기관지 96호에 실은 ‘법 언어로서의 한글’ 기고문.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추진 항의차
한글문화연대, SNS에 이색 퀴즈내
‘교육부, 장관 반대정책 추진’ 의구심
한글문화연대, SNS에 이색 퀴즈내
‘교육부, 장관 반대정책 추진’ 의구심
“한글만 쓰기는 법률생활을 대중화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며….”
이 글을 쓴 이는 다음 중 누구일까? 천정배(국회의원), 황우여(교육부 장관), 이회창(전 대법관), 박원순(서울시장), 나경원(국회의원). 한글문화연대가 7월10~25일에 걸쳐 페이스북에 기발한 퀴즈를 냈다. 여름휴가비를 걸었다. ‘한글 전용’이 굳은 소신인 듯 보이는 필자는 다름 아닌 황우여 장관이다.
한글문화연대는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하는 것에 항의하는 취지에서 이색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퀴즈를 착안했다.
황 장관의 글은 35년 전인 1980년 8월 그가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판사일 때 한글학회 기관지 <한글새소식> 96호에 실은 ‘법 언어로서의 한글’이란 기고문(사진)이다. 그는 “나 자신이 10년 동안 판사직에 있으면서 모든 난해한 그리고 그토록 정확성을 요구하는 판결문을 오직 한글로만 표현해 왔는데 이러한 표현 문제로 당사자에게 오해를 일으키거나 상급 법원으로부터 잘못됨이 지적된 적이 내 기억에 없다”며 한글 전용론을 폈다. 이 글을 발굴한 한글문화연대는 페이스북에 친구와 공유하고 정답을 맞힌 이들 가운데 추첨을 거쳐 1등 50만원, 2등 30만원, 3등 20만원을 휴가비로 쏘겠다고 했다. 16일 동안 게시 글을 접한 이가 6만3000명에 이를 만큼 관심을 불러 모았다.
기고문을 쓰고 35년이 지난 현재 황 장관의 생각은 어떨까? 황 장관은 올해 5월8일 국어·교육단체 대표들을 만나 ‘초등학교 창의적 체험시간에 한자를 너무 많이 가르치니까 그렇게 못하게 하자고 (교과서) 본문에 넣겠다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며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그는 “독일어 옆에 괄호로 라틴어를 따로 쓰지 않는다”고도 했다고 간담회 참가자가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초·중등) 개정 공청회’에서 “대다수 초등학교에서 창의적 체험시간에 한자를 배우는데 어려운 한자까지 마구 가르친다. 적정 한자 수가 필요하다”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를 추진할 방침을 공식화했다. 오는 8월14일 한국교원대에서 초등 한자 병기 관련 공청회를 연 뒤, 9월 교육과정 개정 고시 때 확정하겠다는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한글학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모인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국어교육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초등학생의 교육에도 폐해가 많다”며 28일 교육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근처에서 한자 병기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거리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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