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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부, 정원 감축만 압박…지방대 위축 더 위축될 듯

등록 2015-08-31 20:21수정 2015-08-31 21:20

반발하는 하위 등급 대학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1년 넘게 벌여오며 입학정원 감축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박근혜 정부 들어 ‘지방대 위축 및 서울 대학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입학정원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고등교육기관의 균형 발전과 교육여건 개선 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교육부가 이번 평가를 주관하며 평가지표를 자주 바꾸고 단기간에 서류·면접 조사를 한 데 더해 막판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등급 구분 기준 등을 바꿔 평가의 공정성이 크게 흔들렸다는 비판이 많다. 관련 대학의 반발도 거세다.

교원확보율은 대충 평가하고
취업률 등은 줄세우기식 평가
단기간 서류·면접조사에 그쳐
대학 서열체제 더욱 뚜렷해져

현정부 들어 지방대 정원 5만여명↓
서울지역은 소폭 늘어 ‘집중화’ 심화
교육부선 “상위 등급에
지방대 64% 포함돼 공정”

■ 대학 구조개혁? 정원 감축!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2014~16년 대학 입학정원 4만명 감축을 목표로 걸었다. 대학 특성화(CK), 학부교육 선도(ACE) 등 재정 지원 사업에 정원 감축 계획을 연계해 대학들한테서 4만1943명을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더해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5439명을 추가 감축하도록 권고할 것이므로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는 게 교육부의 자평이다.

교육부는 상위 등급에 비수도권 대학(지방대)이 63.5%나 포함돼 지방대의 교육력 제고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평가로 추가 감축할 5439명의 절반가량은 수도권 대학 몫이므로 지방대에 불리한 평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지방대들이 정원을 크게 줄인 반면 서울지역 대학 정원은 되레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대학·전문대의 ‘2017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분석해보니, 5년 전인 2012학년도보다 총입학정원은 5만여명 주는데 서울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다. 서울을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체제가 더 심화되는 셈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일률적 줄세우기식 평가와 재정 지원연계로 취업률·충원율 등 지표에서 불리한 지방대들부터 입학정원을 줄인 탓”이라며 “서울의 대규모 대학은 정원 감축을 회피하거나 찔끔 줄여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짚었다.

교육여건 개선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이번 평가에선 양적 지표만 아니라 질적 내용도 평가했다”고 밝혔다. 전임교원 가운데는 서울지역 대학에서 연봉 1000만여원 수준 교원도 있는데, 이번엔 전임교원 수만이 아니라 급여 수준도 평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등교육 질을 뒷받침하는 핵심 지표인 전임교원 확보율 등이 개선됐다는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 교육부가 애초 교원확보율 평가에서 전체 대학 평균만 확보해도 만점을 주도록 설계한 탓이다. 대학들은 법정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취업률·충원율, 학점 적절성 등의 평가 비중이 높아 일방적 학과 통폐합과 갑작스런 상대평가 소급적용 등으로 대학 내부 갈등이 격렬해지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해 들어 ‘산업계 수요 맞춤형 교육’을 대학에 주문해 대학을 취업 대비 기관으로 내모는 정책을 강화했다.

■ 막판 평가 기준 ‘뒤집기’ 교육부는 대학을 ‘5등급’으로 구분해 정원 차등감축을 압박하겠다며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1년 넘게 주관해왔다. 하지만 4년제 대학 2단계 평가를 끝낸 상황에서 갑자기 5등급 대신 사실상 ‘6등급’으로 구분하고 제재 수위도 바꾼 결과를 발표했다. 최악의 경우 특정 대학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는 평가를 시행하며 이처럼 평가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자, 평가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평가지표를 확정할 때 뒤늦게 법인 책무성 지표를 빼는 등 크게 뒤바꾼 데 이어, 올해 163개 대학을 상대로 한 달 남짓한 서류·면접 평가만으로 하위 그룹 37곳을 갈라낸 것을 두고도 ‘졸속 평가’라는 비판이 있다.

하위 그룹(D·E등급) 대학을 상위 그룹(A·B·C등급)과 나눈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하위 20% 안팎으로 잡되 점수 간격이 넓은 구간에서 잘랐더니 37개교(22.7%)가 분류됐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상대평가다.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의 상황이 어떻든 이른바 ‘부실 대학’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고려는 없다.

앞서 교육부는 4년제 대학 37곳을 상대로 2단계 현장평가를 하며 ‘상위 10%는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론 상위 10%인 3~4개 대학과 다른 대학들의 점수 차가 미미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상향 조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사립대 기획처장은 “이런 결과라면 2단계 평가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비할 필요가 있었는지 회의가 든다”며 “교육부의 ‘희망 고문’에 시달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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