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세종/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측근이 퇴직 뒤 한 사립대에 취업하겠다며 낸 ‘취업 승인’ 요청을 교육부가 받아들였으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제동으로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대 총장 임용에는 엄격하던 교육부가 부총리 측근에겐 느슨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한테 받은 자료를 보면, 황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재직하던 엄아무개(63)씨는 지난 4월 서울시내 한 사립대의 교직원 채용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 대학의 국제교류(유학생 유치·관리) 분야 팀장급이었다. 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해왔고 4월 하순 합격 통보를 받은 뒤 5월1일 교육부에서 퇴직했다.
별정직 고위 공무원(2급 국장급)이던 엄씨는 6월1일 교육부에 ‘퇴직 공직자 취업 승인’을 신청했다. 교육부는 ‘취업 이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며 취업을 허용하자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붙여 6월4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냈다. 심민철 교육부 운영지원과장은 “장기간 외국에서 근무한 국제분야 전문가이고 교육부 근무 기간이 6개월로 짧은 점 등을 고려해 취업 허용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취업 승인 권한이 있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6월26일 ‘취업 불승인’ 결정을 했다. “신청인의 직업선택 자유 등 권리에 견줘 (이해충돌 방지라는) 공익 목적 달성의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고위직이던 엄씨가 사립대 업무를 관장하는 교육부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업체·기관과 유착한 관료) 차단 여론에 좀더 엄격해진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3월 시행된 뒤, 엄씨가 ‘첫 시범사례로 걸렸다’는 반응도 교육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국 대학들이 ‘구조개혁 평가’를 받는 시점이었고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 사업도 하는 점 등에 비춰, 애초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교육부의 태도는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이 사립대의 재단은 2011년 수천억원 교비 횡령 비리가 적발된 적도 있다.
사립대들이 교육부 퇴직 관료를 총장이나 교수, 직원 등으로 영입해 교육부 ‘로비’ 등에 활용한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아왔다. 퇴직 고위직을 영입한 대학은 대부분 이번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등급(D·E)을 모면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엄씨를 채용하려던 이 대학도 하위 등급에서 벗어났다.
안민석 의원은 “교육부가 경북대·공주대·한국방송통신대 등 총장 후보들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임용 제청을 거부하더니 장관 측근에겐 관대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짚었다.
이수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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