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주최로 지난 5월28일 열린 ‘6개국 수학 교육 과정 국제 비교 컨퍼런스’의 행사장인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로비에 전시된 ‘수포자’ 관련 자료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교육부는 1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를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해 시행해본 뒤 문항 유형·수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어 절대평가화로 수학 등 다른 과목의 비중이 커지는 ‘풍선효과’ 등 반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절대평가 과목의 조기 확대 등 대학입학 전형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절대평가 과목을 한국사·영어 외에 다른 과목으로 확대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이날도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추가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능 체제의 잦은 변화에 따른 혼선을 우려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엉거주춤한 태도 탓에 영어 절대평가화의 부작용이 좋은 취지를 압도하는 상황을 재촉할지 모른다는 지적이 많다. 절대평가화하는 영어와 달리, 국어·수학과 과학·사회 탐구 영역은 9등급 상대평가에 표준점수·백분위 성적이 표기돼 성적 순위를 촘촘히 가른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도 반영 비중과 학습 부담이 높은 수학은 물론 탐구 또는 국어에 사교육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상대평가 무한경쟁’을 초래하는 수능의 절대적 영향력을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학 등 다른 과목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 이유다.
한 차례 시험으로 대입을 결정지어온 수능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추세도 이런 여론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온 이후, 전체 모집 정원 가운데 학생부 위주 수시 모집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현재 70%에 이른다.
교육부는 9월23일 문·이과 통합형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며, 이 교육과정에 따라 현 중학교 1학년생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제도 개편 방안’을 2017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단체들은 다른 과목들로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서둘러 검토하고 나아가 수능의 자격고사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수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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