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들머리에 경찰들이 도열했다. 기자실에 들어가려 정문에 다가가자 경찰이 에워쌌다. “어디 가십니까.” “기자실 갑니다.” 질문이 되돌아온다. “어디 소속이십니까.” 다시 답했다. “한겨레신문 기자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교사 8만명, 학생 110만명의 민원을 책임진다. 관청이긴 하나 대체로 자유롭게 민원인이 드나드는 곳이다. 그런 시교육청에 전에 없던 ‘검문’의 살풍경이 등장한 것은, 최근 시교육청의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이날 아침 7시께 경찰은 조순옥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 등 시교육청 청사 안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소속 간부 5명을 퇴거불응 혐의로 연행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원 업무 경감 정책 때문에 자칫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업무가 전가될 수 있다”며 시교육청과의 대화를 요구해왔다. 대화는 불발됐다. 2일로 예정됐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학비연대 전임자들은 시교육청을 찾아 “답을 듣고 가겠다”며 청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시교육청 총무과에선 두 시간마다 ‘퇴거통보서’를 전달했다. 날이 밝자 경찰이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청사를 에워싸기에 이른 것이다. 학비연대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인 조희연 교육감에게 큰 기대를 했던 만큼 노동자에 대한 이런 처사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다. 시교육청 마당 한 귀퉁이에선 지난 2일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1년 동안 질질 끌어온 단체협약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가 효력 정지되자, 전교조 서울지부는 시교육청에 “미뤄온 단협을 즉시 체결하라”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전교조 본안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단협 체결권은 노동자의 권리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을 표방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는 학생과 학부모만 있는 게 아니다. 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두 ‘행복해야 할’ 교육주체들이다. 경찰이 막아섰던 시교육청 전경이 과연 조 교육감이 꿈꾸던 모두가 행복한 교육의 풍경인지 의심스럽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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