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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시모집 1학기 내년 폐지 검토

등록 2005-10-21 19:52수정 2005-10-30 18:55

[뉴스인물] 닻올린 설동근 제2기 교육혁신위원장
수시모집 1학기가 내년부터 폐지되거나 큰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방과후 교실이 큰폭으로 확대돼 학교 내에 대입 대비 강좌들이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감으로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장으로서, 부산과 서울을 바삐 오가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설동근(57) 위원장을 20일 <한겨레>가 교육혁신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11일 설 위원장을 포함하는 제2기 혁신위원 23명(당연직 2명 제외)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는 등 제2기 교육혁신위원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교육혁신위는 21~22일 이틀 동안 부산에서 첫 워크숍을 열어 제2기 혁신위가 추진할 교육개혁의 정책 과제들을 도출한다.

“두집살림 하기가 참 힘드네요. 한집 살림도 어려운데, 양쪽을 다 못할까봐 걱정입니다.” 설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운을 뗀 뒤 교육혁신위원장으로서 자신의 구상을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

"대입시 강좌 학교에 개설할터…대입 공부는 사교육 아닌 학교서 이뤄져야"

-제2기 교육혁신위가 그려갈 큰틀의 교육개혁 방향은 무엇인가?


=노 대통령이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밝힌 것처럼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수준과 신뢰를 높여서 이를 교육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져 있다. 갈등이 있는 문제에는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대안을 모색하겠다.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한 뒤 학교 현장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확정하고 올 하반기중 발표한다.

-참여정부의 교육방향을 이끌어갈 교육혁신위원장으로서 기본 철학은 무엇인지?

=교육 혁신은 학교교육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고, 그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 교실수업의 개선 없이는 안 된다. 교원 사기를 높여 교사들의 열정, 소명의식을 끌어내지 한다.

-제1기 혁신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기의 성과를 평하기보다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시제도, 직업교육체제개편 등 1기 체제의 밑그림이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점검하고 추진하겠다. 2008대입시제도는 학교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으로부터 학교 안으로 끌어들였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여 대학들이 전형자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부·시도교육청·대학 간의 연계체제를 만들어 나가겠다.

-혁신위와 교육인적자원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학), 전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 시도교육감협의회(고교) 등 5개 기관이 공동 참여하는 대입 수시모집 1학기 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수시 1학기 폐지도 고려중인가?

=수시 1차(1학기)는 모집 취지가 크게 훼손돼 있다. 고교는 1년 내내 진학지도에 매달려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고 합격자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학습 분위기가 흐려진다. 대학 간에 학생을 선점하기 위한 과당 경쟁이 빚어져 고교 현장에 ‘대학교수와 잡상인 출입금지’라고 써놓은 곳도 있을 정도다. 고교 및 전문대 쪽에선 수시 1학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입시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내년 상반기중 국민적 합의수준이 높은 정책 제안을 낼 것이다.

-현행 교육대, 사범대를 통한 교원 양성 및 교원임용고사 체계가 어떻게 바뀌나?

=교육부가 내놓은 시안들이 많다. 올 하반기중 교원승진, 교원양성 연수 등 제반 제도 개선에 주력할 것이다. 이해 당사자 간에 합의가 어려우면 국민적 토론을 통해 공론을 모으겠다.

-교원단체에선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법정교원 확보, 과밀학급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기도는 학급당 학생이 45명인 곳도 있고 아주 열악하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공교육 내실화 차원으로 보면 된다.

-노 대통령은 “대학을 가려고 사교육을 받는 일은 10년 안에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교육 방지 복안이 있는지.

=대학 입학을 위한 사교육은 막아야 하다. 이는 공교육을 내실화해서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은 결과가 대학 입학에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도록 입시 관행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대입시 공부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방과후 학교 등 외부강사를 활용해서라도 장을 열어주고 학교 밖에서 (사교육을) 하는 것보다는 방과후 학교 안에서 적은 비용으로 하도록 해줘야 한다. 대입시 강좌를 학교에 개설해서라도 사교육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고교등급제 논란도 있었듯이, 일부 대학들은 고교 내신을 불신한다.

=지난달 9일 전국 대학 총학장, 전문대 학장, 시도교육감들과 함께한 협의회에서 대학쪽도 정상적인 초중등 교육과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술을 출제하기로 합의했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 중요하지만, 현재 초중등교육엔 논술 교과가 없다. 서술형 평가 등 초중등 과정에서 훈련을 시켜놓고 학생을 평가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사교육 시장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것이다.

-정부는 평준화정책 보완을 목적으로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특목고·자사고의 확대가 평준화 보완이 아니라 평준화 해체라는 비판도 있다. 혁신위 워크숍에서 특목고, 자사고 확대정책도 재검토하는가?

=평준화 폐지냐 확대냐에 논의를 모으기보다 평준화의 보완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평준화제도는 지난 30년 동안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연구(PISA)에서도 우리 학생들이 학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나왔다. 외국에서 상당히 성공한 사례로 벤치 마킹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그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런 보편화교육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수월성 교육이라는 또다른 축이 발전해야 한다. 그 활로를 열어줘야 보편화교육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특목고가 입시학원화한 점이 없지 않았다. 입시학원이란 오명을 벗도록 본래 설립목적에 맞게 발전시켜 줘야 한다. 특목고의 경우 새 대입시안에서 동일계열의 대학 진학을 유도하고 있고, 그러지 않으면 교육부가 불이익을 줄 것이다. 하지만 활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해외 유학 등으로 다 빠져나간다. 국부가 엄청 유출되고 있다. 현재 자사고 설립 규정으로는 자사고를 확대하려야 확대할 수 없다. 현재도 재정기준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학교 외에는 운영이 힘들다. 자사고는 내년까지 시범운영 기간인데, 결과 나와 봐야 안다.

-지방 교육자치를 추진하면서 관련법 개정이 추진돼왔는데, 법이 개정되면 자치단체 간 교육재정 격차가 더 심해지게 된다.

=지방교육자치 추진하면서, 그런 부분에 소홀했다고 본다. 이를 보완할 제도 마련이 돼야 한다. 교육재정, 특히 지방교육 재정이 상당히 어렵다.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다. 교육재정의 자치단체 간 격차가 크고 이것이 교육 격차를 벌려 교육 양극화 현상으로 간다. 교육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면 사회적으로 큰 우려다.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신문 보도 있었듯이 강남구는 교육경비가 175억원인데, 어떤 자치구는 1년 10원의 교육경비도 지원 안됐다. 교육경비가 연 179억원이 되는 자치단체는 연 3천억원 정도를 초중등 교육에 지원하는데, 엄청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사회 양극화, 부 대물림 현상의 해소수단이 돼야 할 교육이 거꾸로 사회 양극화를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교원·교육단체에선 교장자격증제 폐지 등 교장승진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 교장 승진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 공유하고 있다. 근무평정(근평)에 대해서 객관성, 공정성 면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해법은 이해관계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현 제도에 맞춰 노력해온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갑작스런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다. 지혜로운 대안을 낼 것이다. 자율학교의 경우 특례규정을 두어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다. 자율학교 확대 방안을 교육부가 갖고 있다. 교장으로 가는 다양한 길을 논의하고 있어서 현재로선 ‘어느 길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전국 시교육청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는 등 부산발 교육혁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개혁, 혁신보다는 변화 없이는 우리 교육에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경우 학교 교원 업무를 67%로 줄였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시도도 우수한 사례가 많다. 이런 우수사례를 발굴해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노력을 하겠다.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해운업체(삼영선박)을 운영하다 지난 1998년 민선 3대 부산시 교육위원으로 교육계로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잘 알려진 것 외에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특정 종교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오래 동안 불가의 도림 스님으로부터 자제·절제·겸손의 마음자리가 주인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8년 동안 그 스님을 모시고 공부해왔다. 그 가르침이 행정 일을 하는 데 기본이 되고 있다.

-시간을 어떻게 쪼개 쓰시는가? 짬을 내서 하는 운동은 무엇인가?

=천성이 일을 즐기는 탓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매주 1회, 하루 이틀 정도 서울을 방문해서 혁신위 업무를 처리한다. 날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오후 12시에 취침할 때까지 1시간 정도의 운동시간을 빼고는, 꽉 짜인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시간 나면 밤 10시반 정도에 내가 살고 있는 관사 근처 동백섬 조깅코스를 달린다. 동백섬까지 뛰는 데 10여분, 동백섬 조깅코스를 달리는 데는 1시간 걸린다. 1시간은 필수 코스다. 10킬로미터를 47분, 48분대에 뛴다. 예전에는 1주일에 4, 5일은 뛰었는데, 지금은 4일 정도 뛴다. 그 덕분인지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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