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동중 2학년 4반 학생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사회 교과교실에서 모둠별로 컴퓨터가 배치된 책상에 둘러앉아 송영심 교사가 낸 돌발 퀴즈의 답을 찾으려 열중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즐거운 학교 싹틔우는 ‘교과교실’
학생들은 저마다 학습지를 받아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이웃 반 친구가 낸 영어 단어시험이다. 지난 달 18일 오후 7교시, 서울 성동구 자양고등학교 영어 교과교실에 들어선 2학년7반 학생들은 이렇게 수업에 참여했다. 송형호(46) 교사는 이어 프로젝션 텔레비전 화면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끈다. ‘스코틀랜드 문화’가 주제인데, 컴퓨터로 화면을 넘기며 백파이프 설명이 등장하면 연주를 들려주고, 낯선 단어는 짤막한 플래시 게임으로 맞추게 하며 ‘눈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이날 마지막 영어 수업 50분은 훌쩍 지나갔다. “아마 학급 교실에서였다면 절반 넘게 졸았을 거예요.” 7년째 교과교실에서 수업해 온 송 교사의 노하우는 연주 장면 파일도, 단어 퀴즈 게임도 학생들이 찾도록 해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황인수(17)군은 “공부하며 친구들과 교류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습자 중심 교육’을 내건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 5년째, 학교 교실의 수업 풍경은 그다지 바뀐 게 없는데 교과교실에서만큼은 좀 달랐다.
수원 칠보중 교과교실(3층) 배치도
2002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학교 교육 내실화 연구’를 보면 영어과 교사들은, 교과교실 배정과 그에 걸맞은 시설의 확보를 첫손에 꼽았다. 교과교실의 장점은 무엇보다 수업의 질 개션을 꾀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교사가 강의하고 연구하며 학습자료를 두고 학생과 면담하는 장이 된다는 것이다. 송형호 교사는 “교실로 학습자료나 도구를 챙겨가도, 컴퓨터를 가동하느라 몇 분을 놓치면 이미 수업 분위기는 망치고 만다”며 교과교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교과교실은 교실과 기자재 부족 등 여건 미흡으로 그다지 늘지 않았다. 중동중은 2학년까지 전과목 교과교실 수업을 실시하다가 최근에는 1학년만 전과목을 적용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학생들 이동에 따른 혼잡과 안전 사고 우려, 교사 업무 과중 등을 내세운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면적인 교과교실제를 시도하는 학교들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인창중은 2001년부터 모든 학급의 수업을 교과교실에서 한다. 손종욱(49) 교장은 모든 교사에게 교실 1곳을 배정하는 ‘1교사 1교실제’라고 소개했다. 교무실에서 책상을 뺐다. 교사들이 행정 직원처럼 머물지 말고 “교실에서 아이들 곁에 있어 달라는 뜻에서였다”고 한다. 일부 교사들은 반발했지만 행정 전산화로 업무를 줄이겠다며 설득했다. 예컨대 1학년1반 학생들은 담임 교사가 있는 교실에서 조회를 한 뒤, 시간표에 따라 교과교실을 찾아다닌다. 급식실이 마련되기 전에는 담임 교사와 점심을 먹은 뒤 종례 때까지 교과교실로 옮겨다닌다. 초창기엔 학생들이 서너 층을 오르내리고 교사들은 복잡한 시간표를 조정하느라 진땀을 흘렸지만 날로 안정돼 가고 있다고 전한다. 생활지도가 소홀해지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실제로 해보니 기우였다. 교사들의 상담 시간은 줄지 않았다. 아이들이 옮겨다니면 안전 사고가 늘 것이라는 걱정도, “복잡한 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덜 나듯” 아이들이 잘 적응하면서 잦아들었다.
1학년생에겐 전 과목을 교과교실에서 가르치는 서울중동중에서 1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26일 4교시 수업을 앞두고 사회 교과교실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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