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예비 고교생 준비할 것들
진로·독서·봉사·동아리·학생부
진로·독서·봉사·동아리·학생부
정든 중학교 교정을 뒤로한 예비 고1 학생들은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기반으로 한 수시모집이 대학입시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고1 생활을 망치면 대학 입학도 어렵다”, “고등학교 공부는 중학교 때와는 시작부터 달라야 한다” 등의 말을 많이 듣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예전에는 내신이 안 좋아도 정시로 대학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비중이 커져 입학 전부터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8학년도 기준 서울 주요 대학 12곳 학종 선발 비율이 약 44%에 달해 ‘적자생존’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생겨났다. 고교 1학년 때부터의 활동 기록과 근거가 모두 학생부에 적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진로 내비게이션’부터 켜고 갑시다
입시 성공의 핵심요소는 성적이라 학원 선행학습반을 통해 고1 중간고사를 대비하는 학부모와 학생도 많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각자 ‘진로 내비게이션’부터 켜고 적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학종은 ‘학생 스스로 몰두했던 경험이 있는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동아리 활동과 인문·자연계열 선택, 독서 이력까지 전반적인 진로 설계가 돼 있어야 학생부 빈칸을 알차게 채워갈 수 있는 것이다. 입시전문가 및 현직 고교 교사들이 “중학교 졸업 뒤 2월에는 적성에 대해 살펴보는 시기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내신·비교과 기초 ‘학종’ 강세
고교생활 어떻게 하나 걱정돼
선행보단 중학 과정 점검 먼저
‘커리어넷’ 등 통해 진로탐색도
학력평가 예년자료 찾아보며
한번씩 쭉 훑어보는 것도 좋아
문산고 최승후 교사는 “진로·계열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며 “방학기간 동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누리집을 활용해 진로탐색 프로그램, 진로심리검사 등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고 전했다.
중3 되짚으며 공부 뿌리 튼튼하게
진로 설계 과정을 거친 뒤 예비 고1이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단연 성적이다. 양재고 김종우 교사는 “고입이 대입을 위한 전초전으로 바뀌면서 고교 1학년 시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2월에는 선행학습보다는 중학교 시절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다지며 ‘공부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사는 “학생부에서 봉사 및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비중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학교 공부, 즉 내신은 여전히 1순위”라며 “중학교 때와 달리 고1 성적부터 대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기 고교 공부에 대한 불안으로 섣부른 선행학습을 했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소명여고 김진석 교사는 “중학교 때 수학을 잘했던 학생도 선행학습을 하느라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진도만 빠르게 나가는 어설픈 선행학습은 금물”이라고 전했다.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소홀히 했던 교과·단원이 있다면 반드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양재고 2학년 최해주양은 “수학의 경우 중3 마지막 과정에 나오는 ‘도형’ 단원을 많이 어려워한다”며 “영어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단어집을 하나 골라 적어도 2회는 암기하고 고교 진학하는 걸 권한다”고 했다. “고교에 가면 교과목 수가 늘어납니다. 겁먹을 필요는 없고요. 평소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이 뭔지 잘 듣고, 요약해두세요. 시험 일정도 미리 체크해서 대비 기간을 3~4주 정도로 넉넉히 잡는 걸 권합니다.”
고교에 오면 중간·기말시험뿐 아니라 전국연합학력평가, 모의고사 등의 시험도 치르게 된다. 당장 3월9일에는 첫 번째 전국연합학력평가를 한다. 김진석 교사는 “서울시교육청 누리집에 올라온 전년도 고1 학력평가 자료를 활용해 보라”며 “시험지를 내려받아 풀어보면 출제 유형 등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는 마냥 뛰어놀며 보냈던 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보는 습관을 지금부터 들여두는 것도 좋다. 경안고 2학년 이영빈군은 “수업 직후 쉬는 시간 3분 동안 접착메모지 한 장에 바로 전 강의 내용을 정리해보라”며 “다음 수업 시작 전 배울 내용에 대한 열쇳말 3개를 뽑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접착메모지에 한 장씩 정리한 것을 과목별 ‘핵심노트’에 모아 붙이면 자기만의 훌륭한 요약정리집이 나올 수 있다.
3년 활동할 동아리 미리 알아봐
고교에 오면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설계도 체계적으로 해둘 필요가 있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실장은 “진학할 고교가 결정되면 ‘학교알리미’ 누리집을 통해 동아리를 미리 검색해보라”며 “3월 초·중순 선택하는 동아리가 대입에 영향을 미치고, 인기 있는 동아리는 가입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2~3개 정도 후보군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동아리 활동은 입시 목표를 더욱 단단하게 해준다. 최해주양은 “수학심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논문을 작성하며 자연계열 적성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수학·과학에 대한 관심이 의대 진학 목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경안고 2학년 이현영군은 “생물교육과 진학을 원하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며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유전자공학·생물학을 주제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꿈을 갖게 됐고 공부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내신 등 학업능력이지만, 학업역량을 전공적합성으로 연결하는 게 동아리 활동인 만큼 입학 전,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진학을 원하는 대학 학과 누리집에서 가이드북을 내려받아 어떤 동아리가 도움될지 살펴보는 것도 팁”이라며 “고교마다 계열별 대표 동아리는 반드시 있다. 진로탐색을 토대로 고교시절 3년 동안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곳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고교 연간 교육계획서 꼭 확인
각종 경시대회 및 글쓰기 대회, 과학의 날 행사 등 고교 1학년 학사 일정을 미리 파악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큰 틀에서 바뀌는 학사 일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계획 없이 교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학교의 한해살이를 살펴보고 1년 동안의 그림을 그리며 계획 등을 구체화해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결심을 단단히 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최해주양은 “고교 입학 전 스마트폰을 폴더폰으로 바꾼 게 도움이 됐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단체 톡방’ 등에 신경 쓰지 않고, 틈틈이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후 교사는 “대부분의 고교가 2월 중 ‘학교 연간 교육계획서’를 누리집에 올려놓는다. 학력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일정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부지런한 학부모·학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새 학기 시즌에 학교 및 지역 교육청이나 지자체 등에서 ‘고1을 위한 대입설명회’, ‘학부모 입시설명회’ 등을 진행합니다. 입시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으므로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얻고, 고1 때부터 대입·진로 설계를 해보세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나만의 독서기록 한 줄도 없이 고등학교 가려고? 비교과 활동 설계하기 내신 성적은 물론 독서·봉사활동·수상경력 등 비교과 영역까지 검토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종은 현재 대학입시의 대세다. 학생들은 대학입학 때 입학사정관들 앞에서 지원하려는 학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 특정 분야에 몰두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비교과 활동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독서의 경우 다양한 간접 경험이 가능하고,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이다. <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를 쓴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씨는 “중학교 시기에는 배경지식을 늘리는 독서가 중요했다면, 고교 시절에는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논술 등 본격적인 글쓰기까지 가능해야 한다”며 “혼자 하기 힘들다면 독서 동아리 등 친구들과의 모임을 통해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영빈군은 “예비고교생 시기부터 고1 때까지가 독서 시간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시기”라며 “친구들끼리 서로 책을 추천하거나 함께 독서기록장 쓰는 연습을 하면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고교생 추천 도서목록을 보며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입학 전 1~2월에 시사, 철학, 과학 등 취약했던 독서 분야를 파악한 뒤, 흥미에 따라 쉬운 책부터 읽는 것이 장기적인 독해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임성미씨는 책 읽기를 지루해하는 학생의 경우 의무감으로 ‘독서기록장’을 작성하지 말고 ‘기억나는 장면’, ‘멋있다고 생각한 장면’, ‘슬펐던 장면’ 등을 발췌해 그대로 써볼 것을 권했다. “발췌 뒤 자신의 소감을 10줄씩 꾸준히 써보면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습니다. 학교마다 ‘독서 포트폴리오’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1~2월에는 자신만의 기록법으로 목표한 독서량을 채워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봉사활동은 학생의 인성과 자질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평가 항목이다. 김진석 교사는 “각 지역 복지관 등 관련 누리집에서 일정을 확인한 뒤 봉사활동을 미리 계획해보는 것이 좋다”며 “동기와 느낀 점을 기록·정리해두면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봉사활동과 학생 진로의 결이 일치하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학생이 평소 나눔을 실천했는지, 기본적인 인성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기준인 만큼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나만의 독서기록 한 줄도 없이 고등학교 가려고? 비교과 활동 설계하기 내신 성적은 물론 독서·봉사활동·수상경력 등 비교과 영역까지 검토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종은 현재 대학입시의 대세다. 학생들은 대학입학 때 입학사정관들 앞에서 지원하려는 학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 특정 분야에 몰두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비교과 활동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독서의 경우 다양한 간접 경험이 가능하고,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이다. <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를 쓴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씨는 “중학교 시기에는 배경지식을 늘리는 독서가 중요했다면, 고교 시절에는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논술 등 본격적인 글쓰기까지 가능해야 한다”며 “혼자 하기 힘들다면 독서 동아리 등 친구들과의 모임을 통해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영빈군은 “예비고교생 시기부터 고1 때까지가 독서 시간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시기”라며 “친구들끼리 서로 책을 추천하거나 함께 독서기록장 쓰는 연습을 하면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고교생 추천 도서목록을 보며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입학 전 1~2월에 시사, 철학, 과학 등 취약했던 독서 분야를 파악한 뒤, 흥미에 따라 쉬운 책부터 읽는 것이 장기적인 독해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임성미씨는 책 읽기를 지루해하는 학생의 경우 의무감으로 ‘독서기록장’을 작성하지 말고 ‘기억나는 장면’, ‘멋있다고 생각한 장면’, ‘슬펐던 장면’ 등을 발췌해 그대로 써볼 것을 권했다. “발췌 뒤 자신의 소감을 10줄씩 꾸준히 써보면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습니다. 학교마다 ‘독서 포트폴리오’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1~2월에는 자신만의 기록법으로 목표한 독서량을 채워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봉사활동은 학생의 인성과 자질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고교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평가 항목이다. 김진석 교사는 “각 지역 복지관 등 관련 누리집에서 일정을 확인한 뒤 봉사활동을 미리 계획해보는 것이 좋다”며 “동기와 느낀 점을 기록·정리해두면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봉사활동과 학생 진로의 결이 일치하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학생이 평소 나눔을 실천했는지, 기본적인 인성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기준인 만큼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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