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트럼프미국제45대대통령당선자가취임식하루전인19일(현지시각)워싱턴링컨기념관에서취임축하행사로열린‘미국을다시위대하게환영음악회’행사장에서아내멜라니아와 함께관객들의환호에답하고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 사설] 분열·갈등 추구하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현지시각) 취임한다. 그의 선거 공약과 당선 이후의 언행으로 볼 때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국제질서 변화가 예상된다. 한반도·동아시아 정세와 북한 핵 문제 역시 새로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대외정책 관련 발언이 얼마나 현실적이며 어디까지가 협상용인지는 미국 안에서조차 판단이 헷갈린다. 하지만 큰 방향은 분명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위에 놓고 이에 맞춰 기존 질서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친러시아, 반중국, 반유럽연합(EU), 반이슬람, 반이민, 반국제협력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가 별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주요 나라는 영국과 일본 정도다. 그의 언행은 이미 곳곳에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서방 나라가 미국에 반발하고 극우파들은 환호한다. 트럼프가 지향하는 질서가 이런 내용이라면 결국 미국을 비롯해 지구촌 전체가 패자가 될 수 있다. 갈등과 분열이 새 질서의 원칙이 돼선 안 된다.
당장 통상 분야 갈등이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경제적 이익 위주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성향과 연관된다. 그는 이미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등 기존 무역질서를 부인하면서 각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강요하는 등 중상주의적 모습을 보인다. 특히 최대 대미 흑자국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이런 시도는 일시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미국과 세계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주적 균형외교를 강화해야 할 당위성이 커졌다. 우선 미-중 대결 강화로 인한 한반도·동아시아 정세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중심을 잡고 균형있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동기가 약한 트럼프 정부만 바라보다가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 구도가 고착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기가 쉽다. 미군 주둔비용 분담 증액과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일 군사·안보협력 강화 등 동맹 현안이나 무역 이슈 등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역설적으로 세계 각국이 자신의 국익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미국은 초강국으로서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자신과 각국의 이익을 조화시킬 책임이 있다. 경제·군사 대국들이 함께 새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동아시아에선 더 그렇다.
[중앙일보 사설] 불확실성의 트럼프 시대…실리 외교로 돌파하자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인물이란 말처럼 그의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미국 지도자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거친 언사, 140자 트위터 정치 등 그는 기성 정치 문법을 마구 부순다. 미국 내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 양극화에 대한 반발, 반(反)이민 정서가 그의 돌출 행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의 등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에 지각변동을 야기할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그 스스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게 미국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 불가의 트럼프 시대라지만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말과 행동에서 일정한 경향성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선거 구호로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볼 때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이란 잣대 하나로 기존 국제질서의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강한 힘의 외교를 추진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중국 때리기다. 그에게 중국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며 또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위험한 존재다. 미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 중국부터 눌러야 한다. 이는 중국의 굴기(崛起)에 대처하기 위해 오랜 라이벌이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파격적으로 개선하는 한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예고된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며 한·미 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의 조화를 꾀해 온 우리로선 미·중 모두로부터 양자택일의 압력을 강요받을 공산이 한층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북핵 해법과 관련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중국의 대북제재 협조란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한꺼번에 잡느냐가 숙제다. 또 미·중 환율전쟁과 통상 마찰의 유탄을 어떻게 피해 갈 것인가도 걱정거리다.
한·미 관계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거론할 수 있다. 한 가지 위안인 것은 그가 북핵 억제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닫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트럼프 정권의 출범은 국제질서와 한·미 관계 모두에 리셋(reset)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로선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인가. 트럼프의 국가 운영 기준이 실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 흔들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념이나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득실을 따져 움직이겠다는 포석이다. 실리엔 실리로 맞서야 한다. 무엇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지, 또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사안별로 냉철히 따지고 계산해 손익을 교환하는 실리 외교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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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할 정책 분야는 보호무역, 고용과 성장, 에너지, 외교, 국방, 법질서 확립 등 크게 6가지다. 이 중 한국과 관련이 큰 것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첫째 ‘보호무역’ 정책이다.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무역협정 위반국에 대한 보복 조처로 대표된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함에 따라 이미 베트남과 멕시코 등에 설비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에 타격이 예상된다. 그리고 다자간 협정을 폐기하는 대안으로 미국은 일대일의 양자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자 협상은 힘을 바탕으로 상대국에 대한 공세적 요구를 펼치기에 유리한 구도다. 둘째, ‘고용과 성장’에서는 무역협정을 재협상할 것으로 밝혔는데,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논의 되리라는 관측이 높다. 셋째, 외교 분야에서 친러·반중·반유럽연합(EU)·반이슬람 노선이다. 미국의 반중 노선이 가속화되면 한국은 수출 비중 1위인 중국(25.1%)과 2위인 미국(13.4%) 사이에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넷째, 국방 분야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강화되면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사드로 인한 갈등이 첨예화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협상, 한-미-일 안보동맹, 북핵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힘으로써 문제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법질서 확립은 국경 장벽이나 불법이민자 추방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약 2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비자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한국인 유학생과 전문직 종사자들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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