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서남대 사태’,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요

등록 2017-08-04 20:51수정 2017-08-05 00:24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서남대 의대 건물 현관에 서남대 로고 조형물이 있다. 뒤편에는 히포크라테스의 흉상과 선서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남대 의대 건물 현관에 서남대 로고 조형물이 있다. 뒤편에는 히포크라테스의 흉상과 선서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성진
사회에디터석 사회정책팀 기자 csj@hani.co.kr

<한겨레>에서 사회정책, 특히 교육 부문을 주로 맡고 있는 최성진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서남대 사태가 무엇인지, 이 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 2일 오전 교육부는 꽤나 중요한 보도자료를 한 건 내놓았습니다. 제목은 이렇습니다. ‘교육부, 서남학원 정상화계획 불수용’. 서남학원, 곧 서남대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서울시립대와 삼육대 등에 교육부가 ‘노’(NO)라고 대답했다는 내용이었지요. 또 교육부는 서남대의 폐교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곧바로 ‘서남대 폐교’를 제목에 올린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서남대라는 명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고요.

대학 한 곳이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다뤄질 뉴스가 아니긴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부 발표 이후 불과 3~4일 동안 서남대에 관한 수백, 수천건의 기사가 쏟아진 사실은 저로서도 조금 놀라웠습니다. 대략 두가지 정도의 배경을 짚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번째 열쇳말은 ‘의대’입니다. 사실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 결코 많이 알려진 대학이 아닙니다. 설립자 이홍하씨의 수백억원대 교비 횡령 등으로 2012년부터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학 비리의 대명사’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줄곧 서남대를 따라다니곤 합니다. 그런데 서남대에는 의대가 있습니다. 서남대라는 작은 규모의 대학에 어떻게 의대가 생기게 됐는지, 지금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잠시 과거 역사를 되짚어보죠. 국내에는 1885년 세브란스 의대(전신 광혜원)를 시작으로 1998년까지 41개의 의대가 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간 9개 의대가 생겼는데요, 서남대 의대(1995년 설립)가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의대가 이처럼 짧은 시기에 늘어나면서 빚어진 문제는 ‘부실 의대’ 논란이었어요. 교수나 실습병원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와 의대생만 많아지니 의료 교육의 질적 저하는 필연적이었습니다. 정부가 1998년 제주대 의대를 끝으로 더이상 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증가를 막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많이들 기억하시지요. 2014년 7월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그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가 ‘순천 의대 설립’이었어요. 매번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의대 설립’은 단골 공약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그게 누구라 해도 의대를 뚝딱 만드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런 가운데 서남대 폐교 소식이 나온 겁니다. 먼저 전북도와 남원시로서는 정부가 (의대 딸린) 종합대학의 문을 닫겠다고 나서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여기에 의대 설립을 애타게 바라온 전남 목포대와 순천대도 이참에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의 흡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양새입니다. 전북 남원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굳이 서남대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의대 유치와 무관하지만은 않았고요. 이쯤 되면 전국 단위의 ‘서남대 의대(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의대 정원) 쟁탈전’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서남대 사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새 정부가 사학비리 근절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서남대 폐교를 사학개혁, 곧 부실 사학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지난 5월말 경영 부실과 학사 비리 등을 이유로 대구외대와 강원도 동해시 한중대의 폐교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잇따른 대학 폐교 사태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요.

끝으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서남대 폐교가 이뤄지면, 1600명에 이르는 재학생(서남대 아산캠퍼스 포함)과 교수·직원 200여명은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재학생이야 전북대나 원광대 등 인근 대학으로 편입할 길이 열린다 하는데, 확정된 건 없습니다. 교수·직원은 더 딱한 처지이지요. 의대 쟁탈전도 좋고, 부실 사학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대책은 세워야지요. 교육부, 서남대가 있는 전북, 의대를 탐내는 대학 관계자 모두 이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은 것 같아 굳이 한 말씀 덧붙였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