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5~29일 예고된 한유총 두 차례 휴업 모두 ‘없던 일’
학부모 “이번 사태 계기로 국·공립 유치원 확대 더욱 절실”
학부모 “이번 사태 계기로 국·공립 유치원 확대 더욱 절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오는 18일과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강행하기로 했던 집단 휴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사립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보육대란’ 우려도 잦아들게 됐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5일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정혜 이사장 등 한유총 임원진과 간담회를 연 뒤 휴업 철회에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많은 학부모가 우려한 휴업이 발생하지 않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유치원 현장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철학을 함께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유총 임원진이 휴업 사흘을 앞두고 물러선 데에는, 싸늘한 여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이번 집단 휴업의 명분으로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에는 유아 한 명당 매달 98만원을 지원하는데, 사립유치원에는 22만원만 지원한다”는 사실을 앞세웠다. 이에 한유총은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 확충에 투입할 예산을 사립유치원 학부모한테 지원하면 무상교육 실현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세웠으나, 많은 학부모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1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전업주부 박아무개(36)씨는 한유총 주장에 대해 “엄마들이 보기에는 유치원 원장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라고 말했다. 5살 난 아들을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박씨는 “주변에 국·공립 유치원이 전무하다시피해 어쩔 수 없이 비싼 등록금을 내며 사립에 아이를 보내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국·공립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청와대 누리집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립유치원 휴업에 반대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이날까지 약 1만 명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움직임에 강경한 메시지를 거듭 내보낸 것도 한유총 내부에 균열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12일과 14일 관계부처 대책회의 등을 열어 한유총의 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뒤,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원아모집 정지와 정원·학급 감축 등 조처를 취하겠다고 연이어 밝혔다. 이에 한유총 관계자는 15일 오전 “애초 우리 단체 소속 유치원의 90%가 휴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의 거듭된 경고와 각 시·도교육청의 압력으로 상당수 유치원이 휴업의 뜻을 접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의 사립유치원이 집단으로 문을 닫는 사태는 극적으로 철회됐지만, 이번 사태를 주도한 한유총에 대한 학부모 및 학부모단체의 반응은 냉랭하다. 특히 유치원생을 볼모로 한 한유총의 ‘휴업선언-철회’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사립유치원 단체의 이런 행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유총은 지난해 6월에도 급식비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휴업을 선언한 뒤, 휴업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이를 전격 철회한 바 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 사무국장은 “일부 사립유치원 단체의 휴업 및 철회 선언이 반복될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라며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보육과 교육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은 시장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가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 직후 “휴업 철회를 조건으로 정부가 한유총과 구체적인 약속을 주고받은 것은 없다”며 “다만 사립유치원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앞으로 정부가 좀더 세심히 검토하고 협조해나갈 것이 있다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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