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원들이 지난 9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시(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여명에 대한 직접 고용과 미지급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110억1700만원의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 사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논란, ‘불법 파견’이 본질이다
전국에 파리바게뜨가 눈에 띄지 않는 동네가 드물다. 전국 가맹점 수는 3300여개로 제빵업계 프랜차이즈 2위인 뚜레쥬르의 2~3배에 달한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는 5378명. 근로계약은 협력업체 11곳과 맺었지만, 이들은 그동안 단체카톡방을 통해 본사 품질관리사의 업무에 대한 상세한 지시를 받아왔다. 출퇴근 기록도 본사 서버에 저장돼 있고, 임금테이블을 포함한 채용·승진 규정도 본사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가맹점에도 본사에도 속하지 않은, 도급계약 제공업체 소속으로 분류되어 왔다.
고용노동부는 22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를 모두 ‘직접고용’하고 체불임금 11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시정지시하며 이런 구조가 ‘불법 파견’임을 분명히 했다.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책임지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업계 1위인 이 회사에 대한 시정지시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가맹사업법이 아닌 노동법을 적용한 것은 무리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교육·훈련’ ‘조언·지원’을 뛰어넘는 지시·감독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시 내용과 범위 등을 따져봐야지, 다른 프랜차이즈에 일률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정부가 ‘정규직 고용을 강제했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직접고용’이라 해도 형태는 정규직일 수도, 기간제일 수도, 또다른 형태일 수 있다.
제빵기사들의 임금이 올라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일리가 없지 않다. 현재 제빵기사는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 수보다 많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협력업체에 지급한 도급비의 60~70%만 제빵기사 임금으로 지급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본사의 인건비 부담 증가가 고스란히 가맹점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파리바게뜨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특수성까지 인정해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만일 현행법이 업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입법 과정을 통해 보완할 문제다. 일부에선 가맹점주와 본사, 또는 기존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한다. 본사와 가맹점주, 제빵기사들의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현실 외면한 ‘직접 고용’ 명령, 노동개혁이 근본 해결책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정명령에 따라 이 회사는 25일 안에 5378명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들을 고용하면 연간 영업이익 660억원을 모두 소진하고 적자를 낼 수도 있다. 명령에 불복하면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래도 저래도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시정명령의 근거는 파견법인데 이게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어제 “제빵사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에서 가맹점주의 지시에 따라 일한다는 상식적 측면을 고용부가 고려하지 않았다. 제조업에 적용되는 원청·하청 간 불법 파견의 법리를 성격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맹계약상 용역 지원은 상법의 영역으로 노동법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균일한 품질이 필요한 프랜차이즈는 업종 특성상 상법과 가맹사업법에서 가맹점에 대해 교육·훈련·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더라도 가맹점주의 업무 지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불법 파견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랜 시일 최적화한 협력 관계가 무너지면 자칫 프랜차이즈 업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혼란은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직접 고용’ 드라이브가 빚어낸 촌극이다. 도급과 파견은 현실에서 전문가도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다 보면 도식적인 고용 형태로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이 생긴다. 미국·영국·독일 등 15개국이 파견 허용 업무 및 시간에 제한을 없앤 이유다. 우리도 낡은 파견법을 현실에 맞춰 개정함으로써 보다 유연한 고용 관계를 인정할 때다. 이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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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도급과 파견, 불법파견 지난 30여년간 노동현장에서는 도급이나 파견 등의 간접고용이 꾸준히 늘었다. ‘파견’은 파견업체(용역업체)와 사용사업주 간에 계약이 이루어지며 노동자는 용역업체에 고용이 된 상태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고 일한다. 경비원처럼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업무지시는 현장관리자에게 받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는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를 위한 규정이 제시되어 있고, 허가받은 파견업체가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고용관계를 유지하면 합법적 파견이 된다. 한편,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여 계약을 맺는 것으로 하청이 일을 완성하면 원청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형태다. 원청은 일의 결과에 대해서만 대가를 지급하면 되므로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에 대해 근로에 관한 간섭을 할 수 없고, 노동자의 사업장은 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 드라마 외주제작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직접고용은 노동자의 고용과 사용이 일치하지만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다. 관계가 복잡한 간접고용에서 편법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파리바게뜨의 경우에도 제빵기사를 고용한 협력업체가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본사의 직원이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채용 및 승진에 관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형식상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성을 띤다고 여겨 ‘불법 파견’이라고 판정하였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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