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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파리바게트 제빵기사 불법 파견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7-10-16 19:02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원들이 지난 9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시(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여명에 대한 직접 고용과 미지급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110억1700만원의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원들이 지난 9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스피시(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여명에 대한 직접 고용과 미지급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110억1700만원의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논란, ‘불법 파견’이 본질이다

전국에 파리바게뜨가 눈에 띄지 않는 동네가 드물다. 전국 가맹점 수는 3300여개로 제빵업계 프랜차이즈 2위인 뚜레쥬르의 2~3배에 달한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는 5378명. 근로계약은 협력업체 11곳과 맺었지만, 이들은 그동안 단체카톡방을 통해 본사 품질관리사의 업무에 대한 상세한 지시를 받아왔다. 출퇴근 기록도 본사 서버에 저장돼 있고, 임금테이블을 포함한 채용·승진 규정도 본사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가맹점에도 본사에도 속하지 않은, 도급계약 제공업체 소속으로 분류되어 왔다.

고용노동부는 22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를 모두 ‘직접고용’하고 체불임금 11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시정지시하며 이런 구조가 ‘불법 파견’임을 분명히 했다.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책임지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업계 1위인 이 회사에 대한 시정지시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가맹사업법이 아닌 노동법을 적용한 것은 무리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교육·훈련’ ‘조언·지원’을 뛰어넘는 지시·감독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시 내용과 범위 등을 따져봐야지, 다른 프랜차이즈에 일률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정부가 ‘정규직 고용을 강제했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직접고용’이라 해도 형태는 정규직일 수도, 기간제일 수도, 또다른 형태일 수 있다.

제빵기사들의 임금이 올라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일리가 없지 않다. 현재 제빵기사는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 수보다 많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협력업체에 지급한 도급비의 60~70%만 제빵기사 임금으로 지급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본사의 인건비 부담 증가가 고스란히 가맹점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파리바게뜨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특수성까지 인정해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만일 현행법이 업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입법 과정을 통해 보완할 문제다. 일부에선 가맹점주와 본사, 또는 기존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한다. 본사와 가맹점주, 제빵기사들의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현실 외면한 ‘직접 고용’ 명령, 노동개혁이 근본 해결책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정명령에 따라 이 회사는 25일 안에 5378명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들을 고용하면 연간 영업이익 660억원을 모두 소진하고 적자를 낼 수도 있다. 명령에 불복하면 1인당 1000만원씩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래도 저래도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시정명령의 근거는 파견법인데 이게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어제 “제빵사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에서 가맹점주의 지시에 따라 일한다는 상식적 측면을 고용부가 고려하지 않았다. 제조업에 적용되는 원청·하청 간 불법 파견의 법리를 성격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맹계약상 용역 지원은 상법의 영역으로 노동법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균일한 품질이 필요한 프랜차이즈는 업종 특성상 상법과 가맹사업법에서 가맹점에 대해 교육·훈련·조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더라도 가맹점주의 업무 지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불법 파견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랜 시일 최적화한 협력 관계가 무너지면 자칫 프랜차이즈 업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혼란은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직접 고용’ 드라이브가 빚어낸 촌극이다. 도급과 파견은 현실에서 전문가도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다 보면 도식적인 고용 형태로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이 생긴다. 미국·영국·독일 등 15개국이 파견 허용 업무 및 시간에 제한을 없앤 이유다. 우리도 낡은 파견법을 현실에 맞춰 개정함으로써 보다 유연한 고용 관계를 인정할 때다. 이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노동법인 근로자파견법에 주목…‘중앙’ 상법인 가맹사업법 기준 삼아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고용하고, 밀린 임금 110억원을 지급하라.’

지난 9월22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을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고 결론짓고 전원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채용과 근태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11개의 협력업체들이 제빵기사들의 근무 관련 전산자료를 조작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며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7월부터 50여일간 6개 지방고용노동청과 합동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 대해 가맹사업법상 허용하고 있는 교육·훈련 외에도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관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해 시행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은 본사나 가맹점 소속이 아니라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다. 협력업체는 파리바게뜨 본사와는 업무협약 관계이고, 가맹점주와는 도급 관계다. 법적으로 본사나 가맹점주는 도급업체 직원인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해서는 안 된다. 파리바게뜨 쪽에서 이를 어긴다면 도급이 아니라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가 제빵기사에게 업무 전체에 걸쳐 지시와 감독을 했다고 확인했다. 겉으로는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사실상 불법 파견이라고 본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에스피시(SPC)그룹의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의 대표 브랜드로 전국에 가맹점 3396개가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선두 업체다. 5300여명 직접고용은 파리바게뜨 본사에 부담이 될 것이고 협력업체는 존재 이유가 없어지며 가맹점주는 본사 직원과 근무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또한 약 180개에 이르는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브랜드 대부분이 파리바게뜨와 같은 방식의 도급 계약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른 회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면 제빵기사들은 본사 직원이 된다면 고용 안정과 임금 상승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고용 및 노동에 관한 쟁점에서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확연하게 달랐다. 한겨레는 직접고용 명령을 적극 환영하였고 중앙은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 비판하였다. 근거는 적용법에 있다. 한겨레는 노동법인 근로자파견법을, 중앙은 상법인 가맹사업법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겨레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이 허용하지 않은 업무 지시와 감독을 했기 때문에 노동 문제가 발생한 것이므로 본사는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인정하고 노동법에 근거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반면 중앙은 제조업 분야에서 원청과 하청 간에 적용되는 불법 파견의 법리를 성격이 전혀 다른 제빵 업계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균일한 품질의 빵을 만들어야 하는 특성상 가맹계약상의 용역 지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신문의 시각차는 핵심 당사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에서 비롯된다. 한겨레는 제빵기사에, 중앙은 본사 입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겨레는 제빵기사가 가맹점도 본사도 아닌 도급계약 제공업체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본사가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였다. 반면 중앙은 직접고용으로 본사가 입게 될 적자와 불복 시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을 예상하면서 경영 악화를 우려하였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그래서 앞으로의 해법에서도 일관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제빵업계가 특수성을 앞세워 현행법 허용 범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본사 및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와 함께 대화로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을 주문하였다. 반면 중앙은 산업 구조가 복잡해져서 파견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고용 유연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고용노동부는 “제빵기사들이 프랜차이즈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노동관계법상 보호가 취약한 업종에 대해 선제적 감독을 실시함으로써 취약 노동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확대 의지를 밝혔다. 파리바게뜨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권 보호 의지가 구체적인 행정명령으로 실행됨에 따라 앞으로도 사회 전반에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중간착취자의 나라

이한 지음, 미지북스 펴냄, 2017년

중간착취 구조가 비대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함에 따라 노동권 침해 및 숙련노동의 감소로 이어지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회정의와 경제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도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압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천 도서]

선진국 노동법제 개혁의 시사점

이형준 지음, 한국경영자총협회 펴냄, 2016년

일본·프랑스·독일·영국에서 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해온 과정을 노동법제의 변천사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파견법 확대와 더불어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보완하였는지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도급과 파견, 불법파견

지난 30여년간 노동현장에서는 도급이나 파견 등의 간접고용이 꾸준히 늘었다. ‘파견’은 파견업체(용역업체)와 사용사업주 간에 계약이 이루어지며 노동자는 용역업체에 고용이 된 상태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고 일한다. 경비원처럼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업무지시는 현장관리자에게 받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는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를 위한 규정이 제시되어 있고, 허가받은 파견업체가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고용관계를 유지하면 합법적 파견이 된다.

한편,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여 계약을 맺는 것으로 하청이 일을 완성하면 원청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형태다. 원청은 일의 결과에 대해서만 대가를 지급하면 되므로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에 대해 근로에 관한 간섭을 할 수 없고, 노동자의 사업장은 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된다. 드라마 외주제작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직접고용은 노동자의 고용과 사용이 일치하지만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다. 관계가 복잡한 간접고용에서 편법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파리바게뜨의 경우에도 제빵기사를 고용한 협력업체가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본사의 직원이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채용 및 승진에 관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형식상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성을 띤다고 여겨 ‘불법 파견’이라고 판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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