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 사설] 미국은 ‘대화’ 문턱 낮추고, 중국은 더 적극 ‘개입’하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뒤 미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대북 유류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미국이 유류 공급 상황을 제재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유류 공급 중단이 북한 정권에 큰 고통을 주게 되리란 건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부응해주리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략적 이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 유류 공급 중단의 피해는 북한 지도층이 아닌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또한 김정은 정권이 이에 굴복해 핵무기를 포기하리라고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다. 유류 공급 중단은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니키 헤일리 대사는 “북한 독재자가 우리(미국)를 전쟁으로 더 가깝게 이끌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가 목적이었지만, 몇번이나 ‘전쟁’(war)이란 단어를 쓴 건 우려스럽다. 한반도에서 두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났을 때, “아이시비엠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에 아베 정부 안에서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 역시 북한의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탓이다. 일본이 이러할진대, 한국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이 “(북한의) 무기 시험을 동결시키기 위한 진지한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완화든, 전쟁 상태의 공식적 종료든, 한-미 군사훈련의 조정이든 동결의 대가로 무엇을 제공할 용의가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 건 의미심장하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미국은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탓을 하고, 중국은 미국이 대화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 비난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더러 유류 공급 중단을, 중국은 미국에 쌍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요구한다. 이래선 곤란하다.
우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적극적으로 대북 대화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더 강하게 북한에 ‘개입’하라는 국제사회 요구에 반응해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사설] 북 ICBM, 과소평가하지 말고 모든 대비책 세우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발사로 국제적 파장이 확대되고 정부의 비상한 대응조치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만3000㎞로 미 워싱턴까지 도달할 수 있는 신형 ICBM이다. 미사일 길이 21m로 화성-14보다 2m나 늘어났고, 추진력을 제공하는 로켓도 커졌다. 국방부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핵·미사일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밤늦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는 노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한반도 위기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방부 평가대로라면 북한은 ICBM에 핵탄두를 실어 미 본토 어디든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해 한·미 동맹체제를 흔들 수도 있게 됐다. 이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까진 검증되진 않았지만 최소한 공기 밀도가 낮은 20㎞ 이상 고도에선 핵탄두를 터뜨릴 수 있다. 그럴 경우 핵폭발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기파(EMP)는 100㎞ 이내의 대부분 휴대전화·컴퓨터·통신기기·전산망·TV 등 전자시스템을 파괴한다. 화성-15 한 발로 미국 몇 개 도시의 디지털 문명을 폐허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권 재진입 능력까지 갖췄다면 뉴욕 등 미 대도시를 강타해 엄청난 인명을 살상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런 위협을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와 군사제재까지 고려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어제 국방위에서 “미국에서 대북 해상봉쇄 요청이 오면 검토해서 (함께)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화성-15를 굳이 ICBM이라 하지 않고 의미를 축소한 것은 적절치 않다. 국민은 문 대통령의 소극적인 태도가 평창 겨울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에 집착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평창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ICBM과 핵무장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는 게 우선이다. 더구나 한·미가 북한에 해상봉쇄를 하면 북한의 도발은 불 보듯 뻔하다. 또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적 선제타격의 군사제재를 할 경우 북한이 보복 차원에서 수도권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너무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에 어학연수 보낸 대학생들을 귀국 조치한다는 보도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부터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됐다고 상정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포탄이나 미사일 등으로 도발할 경우 효과적인 경보와 대피 방법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또 북한 도발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호 조치도 급선무다. 군은 경계 수준을 높이고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국제사회 연대와 한·미 연합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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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북한의 미사일 개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전임보다 무기 개발에 집착이 크다. 집권 뒤 6년 동안 미사일 사거리 성능이 10배나 커졌다. 미국 워싱턴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그는 “모든 요소들을 100% 국산화, 주체화하는 돌파구를 열었고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화성-15형은 대기권 재진입 시 탄두 부분이 불에 타지 않아야 할 것과 정밀하게 목표물을 타격하는 종말단계 유도 분야 기술이 입증되지 않아서 실질적 완성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견해가 많다. 한편 북한이 동해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준비하는 흐름이 포착되었다고 언론은 전했다(10일). 에스엘비엠은 물속에서 은밀하게 발사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에스엘비엠이 안정화된다면 북한이 미국을 향해 아이시비엠을 발사한 뒤 미국이 대북 타격을 감행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대미 핵 타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된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경제난이 누적되는 와중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으로는 내부 불만을 미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돌리고 동시에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진작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밖으로는 핵·미사일을 바탕으로 북-미 관계에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인데, 자력갱생으로 경제난을 극복하고 핵무력을 완성시켜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북한이 무력 강화에 매진할수록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수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 딜레마를 풀 묘안이 절실하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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