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필기준, 무엇이 달라졌나
“2012년 사실상 정부 차원 요구로
북 비판 인식 넣어…학계 논란”
경제성장-한계 함께 다뤄
사회분야선 ‘다문화 사회’ 추가
시민단체 “교과서 정상화 만족”
“2012년 사실상 정부 차원 요구로
북 비판 인식 넣어…학계 논란”
경제성장-한계 함께 다뤄
사회분야선 ‘다문화 사회’ 추가
시민단체 “교과서 정상화 만족”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에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부분이 큰 폭으로 준다. 현재 교과서에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필기준은 ‘북한의 세습 체제 및 경제 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에 따른 체제 위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서술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새 집필기준 시안은 ‘북한 사회의 변화를 파악하고’라고 간단히 밝히고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이 표현이 과거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포함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결과다. 이번 집필기준 개발에 참여한 한 연구진은 “2012년 사실상 정부 차원의 요구로 북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교육과정에 들어왔는데, 역사과 교육과정에 가치 판단의 문제가 들어오는 게 적당한가에 대한 학계 논란이 있었다”며 “북한 인권 문제가 교과서에 당연히 실리겠지만, 집필기준 용어로 들어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인 동북공정에 대한 집필기준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동북공정 등은 동아시아의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의 학습요소와 관련되어 있어 그 부분에 포괄적으로 포함된 것”이라며 “이전 집필기준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적시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교과서가 이를 다루었다”고 밝혔다.
이번 집필기준 시안에 새롭게 등장한 부분도 있다. 경제 분야에선 ‘정경유착’ ‘노동운동’ 등이 등장했고, 사회 분야에선 ‘다문화 사회’가 추가됐다. 김남수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교사는 “정경유착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큰 특징 중 하나로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필수 요소”라며 “그동안 역사교과서는 경제 성장의 성취만을 다루고 한계는 다루지 않았는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성취와 함께 한계를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사회 역시 최근 한국 사회의 눈에 띄는 변화라는 이유로 새 집필기준에 포함됐다.
교육부는 새 집필기준에 ‘최소화의 원칙’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출판사가 역사 교과서를 만들 때 지켜야할 기준을 말한다.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집필기준’에 따라 만들어졌다.
문제는 실제 교육현장에선 ‘집필기준만 이어붙여도 역사책이 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준이 지나치게 세세하다는 점이다. 이에 교육부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도록 뼈대와 방향만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은 집필 방향만이 아니라 집필 유의점까지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새 집필기준에선 집필 유의점이 삭제됐다.
교육부로부터 집필기준 마련을 의뢰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집필기준에 성취기준 외에 학습요소까지 포함된 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이었다. 학습요소가 너무 구체적이니 없애자는 의견도 연구진들 사이에서 나왔지만, 2015 교육과정의 기본틀이 학습요소를 넣게 돼 있어 역사과만 이를 없앨 수는 없다고 판단해 그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지난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후 짧은 기간 안에 집필기준 시안을 만든 것이어서 학습요소 등 일부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한국사 교과서를 정상화하고 세계사 교육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하다”고 밝혔다. ♣?H6s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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