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지난 2월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북한문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주한미군 문제, 평화협정과 연계할 일 아니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 특보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언급하지 않았고 한-미 동맹 체제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문 특보의 발언은 자칫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할 수 있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라는 직함을 가진 이상 시기와 상황을 살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
문 특보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일부 보수언론이 마치 주한미군이 당장 물러가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더 부적절하다. 자유한국당이 “김정은의 특보냐”고 몰아붙이며 문 특보 해임을 요구하고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것인지 대통령이 답하라”고 정치 공세를 펴는 것도 지나치다. 판문점 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에 시비 걸 명분이 없으니, 있지도 않은 미군철수 문제를 들고나와 국민의 안보불안을 들쑤시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 특보의 발언과 관련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의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소모적인 논란을 진화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한 것도 필요한 일을 한 것이라고 본다.
주한미군 문제는 동북아 안보균형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을 문제는 아니다. 섣부른 주한미군 철수는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이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둔할 필요가 있고, 우리가 동북아 중재자 역할을 하는 데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다. 겉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북한도 실질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1992년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남아서 한반도 평화 유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문제는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해가며 긴 안목으로 차분히 논의해 갈 문제다.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치고 평화체제 전환이 논의되는 이때에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정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 집중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 문정인의 주한 미군 관련 망언, 경고로는 부족하다
주한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는 이유는 북한 때문만이 아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엔 주한 미군의 억지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서의 모든 위협’으로 명시돼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져도 주한 미군은 태평양 지역에서 한반도에 가해질 모든 위협을 막기 위해 주둔하게 돼 있는 것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안보 전문가들 간에 공유되는 상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한 미군은 대북 억지력 차원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미국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한반도에서 미군 주둔이 정당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섣부른 주장은 북한도 용인한 주한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뒤흔들어 안보 근간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다. 특히 주한 미군 주둔에 변화가 없다는 전제 아래 평화협정을 추진 중인 정부의 노력에 불필요한 논란과 불신을 야기시킨 점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찬물을 끼얹은 망언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2일 “주한 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히고 임종석 비서실장을 시켜 문 특보에게 “대통령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연한 대응이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 특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미 동맹을 깎아내리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튀는 발언’으로 남남갈등을 불렀다. 그때마다 청와대와 정부는 “우리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곤 했다. 이번 경고 조치만으로 문 특보가 안보 혼선을 야기하는 발언을 중단할지 의문이다. 반복되는 그의 돌출 언행은 이제 문 대통령의 역사적인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정쟁 유발할 수 있어”…중앙 “안보 근간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남북 정상이 만나 ‘종전 선언’과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을 내놓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월30일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남북 정상회담의 진전과 약속’ 중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는 평화협정 체결 조건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 미군 철수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고, 바른미래당 역시 문정인 특보의 견해가 곧 문재인 대통령의 견해가 아니냐는 오해를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정인 특보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야당은 문 특보의 과거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2017년 9월 독일 베를린 강연에서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문 특보 발언대로 한-미 연합훈련은 실제로 축소됐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문 특보의 발언 뒤 청와대는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며 사드 배치를 연기했다. 야당이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개인적 의견으로 보지 않고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문정인의 주한 미군 관련 망언, 경고로는 부족하다”와 “주한미군 문제, 평화협정과 연계할 일 아니다”는 각각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 제목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중앙과 한겨레 모두 문 특보의 이번 발언을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판의 강도와 어조에서 두 신문의 차이는 적지 않다.
중앙은 강도 높게 문 특보를 비판한다.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한반도에서의 미군 주둔이 정당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안보 근간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이 중앙의 견해다. 주한미군의 정당성은 북한도 용인한 것이며,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에 변화가 없다는 전제 아래 평화협정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문 특보의 이번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찬물을 끼얹은 망언”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는 한겨레의 입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문 특보의 발언은 자칫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할 수 있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문장에 잘 정리되어 있다. 불필요한 정쟁,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쪽이 문 특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한겨레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과도한 대응 역시 경계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한다. 또 평화협정으로 요약되는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것인지 대통령이 답하라”는 야당의 태도를 일종의 정치 공세로 해석한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가 불러올 수도 있는 가상의 안보 공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문 특보의 발언을 야당과 보수언론이 과도하게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판문점 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을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직결시킴으로써 “국민의 안보불안을 들쑤시려는” 것이 야당과 보수언론의 입장이라고 비판의 각을 세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문 대통령이 “주한 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이런 대응을 정당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고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역설한다. 중앙은 특히 문 특보가 과거에도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으로 남남갈등을 야기했던 점을 들어 강경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설 표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문맥으로 볼 때 중앙이 말하는 경고 이상의 조치가 ‘해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중앙은 과거에 문정인 특보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던 사실을 염두에 둔 듯, “반복되는 그의 돌출 언행은 이제 문 대통령의 역사적인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는 주한미군 문제를 “동북아 안보균형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정략적 차원에서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도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을 여러 번 밝힌 바가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현실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정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이 평화협정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킨 문 특보의 발언에 비판의 무게를 싣고 있다면, 한겨레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주한미군 철수를 문제 삼아 안보불안을 야기하려 한다며 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를 질책하고 있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추천 도서]
한미동맹
이동복 지음, 백년동안 펴냄, 2015년
한-미 동맹은 60년을 넘겼다. 그동안 소련 해체와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 및 중국의 개혁·개방, 북한의 핵무기화 능력 향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미 관계는 인적 교류의 확대 등에서는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한미군 유지비에 대한 부담 비율 조정, 주한미군 기지 이전,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핵 문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일과의 강력한 협조체제 구축이 요구될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구축하고 있는 중국 견제 공조체제에 대해서도 한국 입장을 정해야 하는 삼중고의 고민을 대한민국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문제인식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국과 미국 간에 1953년 10월1일 체결되고 1954년 11월18일 발효되었다. 조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당사국 중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은 서로 협의한다. ②각 당사국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 ③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비(配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한다.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국제연합(유엔)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도 즉각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이 조약 때문이다. 미군 주둔은 한국 방위의 핵심전력이지만 동북아 지역의 전쟁억지력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