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다시 찾아온 봄, 문재인 정부의 1년을 돌아보다’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취임 1주년 기록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 사설] 촛불 실천한 문재인 정부1년, 경제도 성과 내길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추운 겨울을 촛불로 녹였던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쉼 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5월9일 대선에서 승리한 문 대통령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는 촛불정신 실천이었다. 연인원 1600만명이 석달 동안 전국에서 들어올린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상징되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인수위도 없이 선거 다음날 출범한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을 저버리지 않았다. 국정농단 주범과 종범들을 구속했다. 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등을 단죄해 ‘음습한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정치공작과 이 전 대통령 개인 비리를 파헤쳐, 부정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위기의 한반도를 평화의 발신지로 전환한 건 가장 큰 성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추진 구상’(베를린 구상)을 밝힌 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위기를 넘기며 평창겨울올림픽을 평화의 동력으로 만들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끌어냈고, 북-미 정상회담의 길을 열었다. 중재자를 넘어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해온 지난 1년 성과에 관한 한, 칭찬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국민 소통도 돋보인다. 5·18 유가족과 진심 어린 포옹을 하고 세월호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는 모습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치유와 위안이 됐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취임 1년을 맞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어 취임 초에 근접한 것은, 국민이 이런 성과에 공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진한 부분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은 여전히 논란만 무성하고 성과는 불확실하다. 각 부처 장관에 대한 국민 지지도 대통령에 비하면 매우 낮다. 내각은 분발해야 한다.
가장 기대에 못 미친 분야는 경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파격적인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재계와 보수 언론의 거센 반발로 논란이 컸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앞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들 정책이 안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며 지난 1년간 역량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통계 수치로만 보면 되레 악화했다. 경제 분야에 대한 국민 평가가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이유다.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면 소득주도 성장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정책 추진의 고삐를 강하게 죄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 1주년, 이젠 협치와 통합에 매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80%를 웃돌 만큼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얼마 전까지의 위기 상황을 떠올리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만으로도 후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4강 외교도 빠르게 복원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분야별 조사에선 대북정책(83%)과 외교(74%)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내치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서민 생활이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경제 분야에서 ‘잘했다’는 평가는 47%에 불과한데 취임 100일 조사 때의 54%보다 긍정 반응이 떨어졌다. ‘일자리 정부’답지 않게 고용 상황은 나빠졌고, 수출 증가세마저 꺾여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라도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득을 늘려 가면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일방독주식 국정 운영을 거듭하고 야당은 무조건적 반대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의 협력 없이는 법안 하나도 처리하기 힘든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권의 협치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지금은 문재인 정부나 대한민국 미래에 더없이 중요한 때다. 한반도에 평화의 새 시대를 열고 현 정부의 개혁 과제에 동력을 만들자면 야당과의 소통이 절대적이다. 가치관과 정책이 다르다고 특정 정치 세력을 외면하고 배제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신을 찍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게 성공하는 정권의 길이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 과속했던 정권은 예외 없이 ‘2년 차 징크스’로 고생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추천 도서]
[키워드로 보는 사설]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 발자취 2017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남북 간 대화·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입장을 표명하도록 이끌었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남측 지역 방문이자,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함께 발표하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지난 1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여는 등 주변국 정상외교 복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상외교의 다변화·다원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남방 정책’을 발표하고, 올 3월에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는 등 아세아·서남아·인도양 지역으로 외교 지평을 넓혔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출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등을 내놨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로 17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실현하기 위한 바탕을 구축했으며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일·생활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입법을 추진했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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