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의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모의 평가’ 결과를 보니 서울 주요 대학 4곳을 포함해 전국 일반대 65곳이 앞으로 3년간 1만3천여명의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월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단체 조합원이 정부의 일방적 대학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의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추진방향과 달리,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결과는 ‘수도권 쏠림 가속화’로 나타났다. 지방의 4년제 대학의 2018년 입학 정원은 2013년에 견줘 10.3% 줄어든 반면, 수도권 대학은 3.2%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 대규모 대학들의 정원 감축률은 1.1%에 불과했다.
4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정보공개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3년과 2018년 대학별 입학 정원 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전국의 대입 정원을 5만6800여명 줄였다. 지방 4년제 대학과 지방 전문대학이 4만2355명을 줄여, 지방에서 전체 정원의 75% 감축이 이뤄졌다. 1주기 평가 당시 교육부는 “지방대의 급작스런 몰락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거꾸로 지방대의 몰락이라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정원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우리나라 대학의 양적 팽창을 주도해온 서울지역 대규모 사립대들은 ‘구조조정 쓰나미’를 피해갔다. 입학정원이 3000명 이상인 서울의 대규모 대학 9곳(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홍익대)은 2013년에 견줘 2018년 365명의 정원을 줄여 감축률이 1.1%에 불과했다. 고려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의과대학 전환으로 되레 정원이 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대학의 상당수는 교육·연구 등 튼튼한 내실을 갖추기보다 ‘공룡화한 규모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정책적·지리적 이점과 대학 서열화의 우위를 이용해 손쉽게 학생들을 독점하면서 백화점식으로 대학을 확장해왔다는 지적이다. 서울 대규모 대학들은 1주기 구조개혁평가를 거친 뒤에도 교육 여건이 법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서울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은 전임교수 확보율 10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 법인들이 매년 대학에 출연해야 하는 법정부담금 역시 성균관대를 제외한 대학이 100%에 미치지 않고 있다. 법인이 부담하지 않은 법정부담금은 ‘교비’로 부담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절반 이상의 대학이 ‘도서관 1인당 연면적(1.2㎡)’도 충족하지 못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재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으로 평가를 하면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이 지방에 견줘 유리한 게 사실이다. 지방 대학을 육성하지 않은 채 현상적으로 보이는 수치 만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결국 줄세우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구조개혁이 지방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대규모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대학은 정원 감축을 비켜가고 중·소규모 대학 중심으로 감축이 이뤄진다면 우리 대학의 질적 발전을 막아온 ‘규모의 경쟁’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짚었다. 2017년 현재 수도권 사립대의 학부 학생수는 평균 1만5000명 이상으로, ‘세계 대학 평가’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다른 나라 대학의 5000~1만명에 견줘 훨씬 많다.
♣?H6s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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