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정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된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에서 제외됐고, 출제 범위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됐던 ‘기하’와 ‘과학Ⅱ’가 다시 선택과목에 포함됐다. 학습 부담이 거의 줄지 않거나 되레 느는데다 수능의 영향력까지 커져,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공교육 정상화’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 뒤 국가교육회의와 대입정책포럼 등을 통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놓은 최종 결과물이다.
■ 현 중3부터 수능 위주 전형비율 30% 이상 권고
대입 개편의 핵심 쟁점인 신입생 선발 방법과 관련해 교육부는 “학생의 재도전 기회를 위해 각 대학에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겠다”며 “기존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재설계해 대학이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의 비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서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어 선발 비율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시 확대 권고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이야기다.
교육부는 수능 비율을 30% 이상으로 정한 데 대해선 “공론화 조사 결과 시민참여단의 68.5%가 수능 위주 전형의 적정 수준으로 ‘30% 이상’을 선택한 것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019학년도의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의 비율은 20.7%다.
대학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교육부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내신 위주) 비율이 30% 이상인 대학에 대해선 ‘수능 위주 전형 30% 권고’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수시 모집을 제한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지방대의 사정을 감안해서다. 2020학년도 수능 전형 비율이 30% 미만이면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30% 미만인 학교는 서울대·고려대 등 35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이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2022학년도에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되는 학생 수는 2020학년도와 견줘 5354명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 절대평가 도입은 주춤…수능 선택과목은 확대
수능 평가방법은 사실상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국어·수학·탐구 등 과목은 상대평가로, 영어·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진행된다. 여기에 국가교육회의 권고대로 제2외국어·한문이 절대평가 과목에 추가됐다. 국가교육회의는 수능에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포함되면 절대평가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들은 2022학년도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능 과목 구조는 크게 달라진다.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개편됐다. 현행 수능에서 수학은 가·나형으로 구분돼 있지만, 2022학년도부터는 ‘수학Ⅰ’과 ‘수학Ⅱ’를 공통으로 치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탐구 영역은 사회·과학 구분 없이 2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애초 문·이과 융합 취지에 맞춰 사회·과학 영역에서 각각 1과목씩을 선택하는 방안이 고려됐지만, 같은 영역에서 2과목을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지난 6월 대입정책포럼에서 공개된 교육부 시안과 달리, ‘기하’와 ‘과학Ⅱ’가 선택과목에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시 시안 발표 뒤 수학·과학계에서 “이공계 진학생들의 기초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교육부가 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기하와 과학Ⅱ가 수능 과목에 포함된 데 대해 교육부는 “외부의 요구가 상당히 많긴 했다”면서도 “선택과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학생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진로선택과목인 기하를 시험 범위에 포함시킴에 따라 모든 학교는 그 과목을 필수로 가르쳐야 하니 그 파급력이 심각할 것”이라며 “학교는 무리하게 진도를 빼고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기관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문·이과 통합 취지 사라지고 상위권 학생들 혼란 가중
입시전문가들 역시 문·이과 통합 취지는 사라지고 학생들의 혼란이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애초 교육부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과목에 포함하지 않는 대신 사회·과학 영역에서 각각 1과목씩을 선택하도록 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릴 계획이었다. 유성룡 커넥츠스카이에듀 진학연구소장은 “정부가 한 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변경한 탓에 이공계 대학은 과학 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에게 가산점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며 “사실상 현재와 같이 문·이과가 분리된 대입정책인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 역시 “대학이 수능 선택과목을 어떻게 활용할지 나오지 않았지만, 상위권 대학은 수학영역에서 미적분·기하와 같은 과목을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은 선택과목의 유불리를 계산해야 해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학교 수업이 교육방송(EBS) 문제풀이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따라 연계율이 70%에서 50%로 낮아지고 간접연계로 전환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에 제공하는 수상경력 개수가 학기당 1개로 제한되고 소논문 활동은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 교사추천서는 폐지되고 자기소개서는 항목에 따라 800~1500자로 제한된다. 애초 나열식으로 작성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학생의 경험과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서술형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