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교육의 화두는 ‘교육 민주화’였습니다. 이제 저희가 던지는 화두는 ‘삶을 위한 교육’입니다.”
창립 30돌 기념 전국교사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4일, 권정오(사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교조가 향후 30년 비전으로 ‘삶을 위한 교육 실현’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권 위원장은 현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고 미래에 저당 잡힌 삶을 살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본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협력 대상이 아닌 경쟁자로 만들고, 가장 건강해야 할 시기에 마음과 몸 건강을 악화시키는 시스템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아이들 정신 건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묻지 마 폭행, 자해, 우울증 등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학생들이 숨 쉴 수 있고, 학습권과 휴식권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들숨과 날숨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노동과 휴식이 조화를 이뤄야 하듯, ‘숨’과 ‘쉼’이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바로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위원장은 이를 위해 “무상교육, 무상급식에 이어 학생들에 대한 무상의료를 실현시키고자 한다”며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름만 놔두고 다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지 5개월여가 지나면서 조합원들로부터 “‘딥 체인지’(큰 폭의 변화)가 뭐가 있느냐. 법외노조 투쟁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부 들었다고 했다. “법외노조는 자주성의 핵심이라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장기화될 줄 몰랐지요.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짜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국 학교를 돌아다니며 조합원들을 만나고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실천 과제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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