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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상산고 자사고 지위 유지, 교육개혁 힘뺀 정부

등록 2019-07-26 20:27수정 2019-07-26 21:03

교육부, 교육청 취소 결정에 부동의
전교조 “공교육 정상화 포기 선언”
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 결정일인 26일 오전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등학교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 결정일인 26일 오전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등학교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전북 전주 상산고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한다는 전북교육청 결정에 동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고 자사고 지위를 5년간 유지하게 됐다. 교육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고교체제 개편과 공교육 혁신을 통한 교육개혁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데 동의해달라는 전북교육청의 요청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전날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 회의를 열어 전북교육청이 상산고 지정 취소의 근거로 댄 평가지표의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적용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이 상산고 같은 구 자립형 사립고는 재지정 평가 때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도 전북교육청이 정량지표에 이를 반영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또 전북교육청이 2013년 상산고에 보낸 ‘일반고 교육력 강화방안’에서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확대를 권장하면서 ‘일반고만 해당’한다고 명시한 것도 상산고 쪽 손을 들어주는 근거가 됐다. 고입전형 기본계획 수립 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상산고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상산고가 제출한 3%를 승인한 뒤 막상 교육청 정량평가 때는 10%라는 기준을 제시해 상산고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도 “평가 적정성 부족”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로써 상산고는 앞으로 5년간 자율형 사립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으나,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달 20일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아 기준점(80점)을 넘지 못해 지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교육부 결정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보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앞으로 법적 대응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해 노력해온 교육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교육부의 이날 발표로 교육개혁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상산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 포기 선언을 했다”며 “현 정부가 국민 앞에서 공언했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체제 개편 약속은 휴짓조각이 됐으며, 정부 스스로 반교육적·반역사적 결정의 주체가 됐다”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성명에서 “공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누구보다 엄히 요구하고 평가해야 할 교육부가 자사고의 사회적 책임 의무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정권마다 반복되는 ‘자사고 봐주기’ 평가”라고 주장했다.

양선아 박임근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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