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과 2019년 1학기 강사 재직 인원 현황
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의 하반기 시행에 앞서, 올해 1학기에만 각 대학들이 강사 7834명을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강사 470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1일부터 강사법이 시행돼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4대 보험까지 지급해야 하는데, 각 대학들이 미리 강사들을 해고한 것이다.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올해 1학기(4월1일 기준) 대학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강사법이 적용되는 399개 대학의 강사 재직 인원은 4만6925명으로 지난해 1학기 5만8546명보다 1만1621명(19.8%)이나 줄었다. 일자리를 잃은 1만1621명 가운데 3787명은 올해 1학기에도 다른 학교에서 교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교육부는 실제 강의 기회를 잃은 강사 규모는 총 7834명이라고 분석했다. 강사만을 직업으로 하는 전업강사는 지난해 1학기 대비 6681명 줄었으나, 이 중 전임·초빙·겸업 교원으로 재직중인 경우를 제외하면 완전히 강의 기회를 잃은 전업강사는 4704명이었다. 실업 상태가 된 강사 4704명을 계열별로 살펴보면 인문사회 1942명, 예체능 1666명, 자연과학 633명 등으로 강사 비중이 높은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강사 자리가 많이 감소했다.
시간강사 자리는 대폭 줄어든 반면 겸임·초빙교수 자리는 늘었다. 올해 겸임교원은 총 2만2817명으로 지난해보다 4424명(24.1%)나 늘었다. 초빙교원도 7951명으로 지난해 대비 511명(6.9%) 늘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구원은 “강사법 시행에 앞서 대학들이 강사를 대량 해고하고, 겸임·초빙 교원으로 전환한 것이 실제로 수치로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강사법 개정에서 겸임·초빙 교원은 강사와 달리 방학 중 임금, 퇴직금 지급 등의 대상이 되지 않아, 대학이 강사 대신 겸임·초빙 교원을 채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풍선효과’는 강사법이 시행된 2학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교양교육원은 2019학년도 2학기 신입생들의 토론·글쓰기 관련 공통교양과목인 ‘자유정의진리’ 강의를 맡을 비전임 교원으로 ‘초빙 교수’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국민대의 2019학년도 2학기 비전임교원 채용 공고를 보면, 한국시, 한국사 등의 과목에서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을 모집하고 있다. 개정된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겸임교원’을 “순수 학술 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실험·실기 등 산업체 등의 현장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한 사람”으로, ‘초빙교원’을 “특수한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애초 강사를 채용해야 하는 자리에 자격기준에 맞지 않는 겸임·초빙 교원을 채용하는 등 대학쪽의 ‘꼼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강사법 안착을 위해 비케이(BK)21 사업 등 재정지원사업에 강사고용안정지표를 반영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 때 전체 배점 중 ‘총 강좌 수’ 및 ‘강사 강의 담당 비율’을 10% 안팎으로 반영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또 추경으로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의 규모를 늘리는 등 해고 강사들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내년 예산안에는 강사들의 방학 중 임금(527억원)과 퇴직금(232억원)에 쓰일 예산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방식으로 강사와 강의를 줄이는 대학들의 ‘꼼수’를 막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은희 연구원은 “해고되기 전 강사 고용 안정을 위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강사단체들은 △모든 고등교육 사업에 강사고용안정지표 확대 적용 △겸임·초빙 사용 실태 실사 및 위반 대학 처벌 △전임교원 강의담당시수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4주치 강의료를 적용하고 있는 방학 중 임금의 기준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퇴직금 기준 마련과 직장건강보험 적용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해고 강사에 대한 대책에도 빈 곳이 있다. 올해 추경으로 확보한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과 내년부터 이를 통합해 확대할 비전임 연구자 대상 지원사업은 박사학위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강사 가운데 ‘비박사’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강사들은 한 대학에 출강하는 것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며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려면 교육부가 중복 출강 강사 숫자를 제외하는 등 전체 규모를 축소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 실태를 더 깊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최원형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