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뉴스 읽고 생각 떠올리기’ 등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모둠 활동을 한 뒤 ‘피엠아이(PMI)’ 분석을 진행했다. 김자영 교사 제공
겨울방학이 3월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에서 예정된 4월6일 개학을 연기하자거나 온라인 개학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히 티브이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간이 늘게 됐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은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을 마냥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더구나 맞벌이 가정에서는 내 아이가 어떤 미디어를 통해 무슨 내용을 접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성착취물 유포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던지며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뉴스는 무조건 정확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쉬운 아이들이, 매일 쏟아지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거르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가 통제 없이 널리 퍼지는 경우가 많아 뉴스 읽는 연습은 초등 시절부터 가정에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티브이나 스마트폰을 무조건 못 보게 하기보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거름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제안한다.
가정에서 보호자가 자녀와 함께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취사선택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보는, 이른바 미디어 문해력 키우는 방법들을 살펴본다.
■ 집에서 뉴스 읽는 힘 키워주자
뉴스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즐겨 다루는 대표적인 장르다. 해외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들을 보면, 집에서 육하원칙에 따른 기사를 직접 써보는 활동부터 신문 기사의 사진을 분석해보는 학교 수업까지, 뉴스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윤현옥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강사는 “가정에서 보호자들이 뉴스를 보며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서 ‘한발’만 더 나가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나 미디어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사고능력이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자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자녀가 초등학생인 경우 일간지를 활용해보는 게 미디어 문해력 키우기의 첫걸음이다. 기사는 인터넷 뉴스를 통해 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추측성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접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아이 스스로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사진이나 광고 배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면에 실려 있는 보도 사진 등을 보고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거나, 뉴스 속 글자 찾기 활동 등을 통해 글을 읽는 것에 대한 흥미를 느끼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초등 자녀의 경우 사진이나 도표 등의 그림 요소를 보고 연상되는 주관적 생각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좋다. 이를테면 코로나19 관련 기사에 나온 다양한 사진을 오려 붙인 뒤 각각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두세 문장으로 먼저 적게 한다. 그 뒤에 보호자와 함께 기사를 읽어본 뒤 ‘팩트’를 육하원칙에 따라 써본다. 기사에 나와 있는 객관적 정보에 초점을 맞춰 이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을 하며, 뉴스에서 다루는 이슈와 자신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스스로 파악하거나 공동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뉴스 읽고 생각 떠올리기’ 등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모둠 활동을 한 뒤 ‘피엠아이(PMI)’ 분석을 진행했다. 김자영 교사 제공
중·고등학생 자녀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경우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일간지를 최소 두 가지 이상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스스로 정보와 의견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취합·재구성하는 시각도 가지게 된다.
신문 기사를 보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활동도 간단하지만 중요한 활동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뉴스 기사는 어떤 요소들을 결합해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뉴스 기사를 기사문, 사진, 캡션으로 나누어 살펴보며 기사의 사진이 전달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사진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이 사진의 출처는 어디인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판단을 토대로 미디어에 실린 사진이 전달하려는 분위기와 정보 값을 판단할 수 있다.
이 활동은 방송 뉴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방송 뉴스를 검색한 뒤 눈을 감고 들어보자. 시각을 차단해보면 그동안 잘 신경 쓰지 않았던 뉴스 배경 소리가 들린다. 특히 긴 호흡을 가진 방송의 경우에는 배경음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음악이나 소리가 뉴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쓴 이선희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영국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뉴스 앵커가 시청자를 어떻게 지칭하는지, 뉴스룸의 디자인은 어떤지 등을 분석한다”며 “해당 뉴스가 겨냥하는 주 시청자는 누구인지 알아보고, 이것이 뉴스 기사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뉴스가 누구의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습니다. 뉴스 안에 누구의 목소리가 드러나 있고, 누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에 초점을 맞추어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청소년 선거권에 대해 다룬 여러 뉴스 기사들을 비교해보고, 누구를 인터뷰했는지, 어떤 사진이나 이미지를 쓰고 있는지 등을 톺아보면서, 해당 뉴스 기사가 선택한 ‘관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그 자체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입니다.”
가정에서 이런 활동을 해볼 경우 좋은 점은 자녀의 진로 탐색도 함께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장은주 중등교사는 “아이가 지속해서 관심을 갖는 기사에 대해 생각해보며 진로에 관한 탐구를 할 수 있다”며 “전공하고 싶은 분야의 기사 내용을 파악하거나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 있게 표현하는 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생비자’ 입장에서 해보는 미디어 독해 활동
김자영 초등교사는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중요한 건 ‘생비자’(‘생산자’와 ‘소비자’를 합쳐 부르는 말)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단순히 뉴스·영상의 소비자가 아닌,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방식에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1인 미디어 바로 알기’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기획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도해봤다. 이 수업은 초등 5학년 국어 교육 과정에 있는 ‘매체로 의사소통해요’ 단원과 연계가 가능하다. 집에서도 해볼 수 있는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우선 혐오 표현이 주를 이루는 인터넷 1인 방송을 골라 ‘피엠아이(PMI) 기법’으로 분석해보자. 피엠아이에서 P는 좋은 점(Plus), M은 나쁜 점(Minus), I는 흥미로운 점(Interest)을 말한다. 자녀들은 좋은 점으로 ‘돈을 많이 번다, 누구나 자신의 방송국을 가질 수 있다’를 꼽을 수 있고, 나쁜 점으로 ‘불법촬영 방송을 한다, 욕설이 난무한다’ 등을 적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으로는 ‘나도 내 개인 방송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를 언급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이때 보호자가 ‘내가 영상 제작자라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해 방송·채널 골라내기, 해로운 영상인 이유 생각해보기, 우리 가족 미디어 약속 만들어보기 등 아이와 함께 활동지를 적어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보호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핀란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가정과 학교에서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다뤄왔다. 핀란드는 초등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과정에서 기사 읽고 뉴스 만들어보기 등을 꽤 중요하게 가르친다. 1970년 개정 교육과정부터 ‘뉴스 활용’을 포함했을 정도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가정에서 할 경우 보호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경우 아이가 스스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흡수하며,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보호자는 기사를 분석하고 써보는 활동 등에 대해 자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활동 과정 중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때만 생각을 끌어낼 수 있도록 화제 흐름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보호자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혹은 재촉함으로써 아이가 결과물을 빨리 나타내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양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목적 자체가 능동적인 정보 분석·취합·재구성 활동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이와 보호자들이 참고할 만한 도서로는 <뉴스, 믿어도 될까? 가짜와 진짜를 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힘>(풀빛)과 <개가짜 뉴스>(한겨레아이들) 등이 있다. ‘뉴스가 되는 기준은 무엇일까’‘뉴스의 공공성은 어떻게 판단할까’ ‘거짓말 탐지 방송’ 등의 내용을 통해 뉴스 읽기에 관한 방법을 알려준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