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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의고사 시험지 ‘언박싱’ 해봤니?

등록 2020-04-27 18:58수정 2021-10-26 09:35

학교 안 공교육 코스 밟지 않고
남과 다른 길 걷는 청소년도 있어

‘코로나’로 센터 휴관했지만
드라이브스루 통해 검정고시 준비

엠비티아이 검사로 적성 살펴보고
학교 밖에서 진로 찾는 십대들
탈학교 학생들 온라인 개학 현장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청소년지도사들이 응원박스 키트를 마련했다. 상자 안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검정고시 모의고사 시험지와 오엠아르(OMR)카드, 마스크, 간식거리가 담겼다.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청소년지도사들이 응원박스 키트를 마련했다. 상자 안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검정고시 모의고사 시험지와 오엠아르(OMR)카드, 마스크, 간식거리가 담겼다.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 안 청소년들도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공부 안 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모 세대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각자의 이유와 계기로 검정고시 준비를 비롯해 다양한 진로 공부,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났지만 의욕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가는 청소년을 만나봤다. 18살 최민영(가명)양은 학교 안에서 제법 모범생이었다. 교내외 대회 등에서 다양한 상을 받았고 학급 임원도 놓치지 않았다.

한데 부모님을 설득해 ‘탈학교’를 했다.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게 학업을 포기했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최양은 오히려 학업에 매진하고 싶어 자퇴를 결심했다. 검정고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말이다. 학교 밖에서 공부하며 판사를 꿈꾸는 최양의 ‘코로나 시대의 검정고시 준비기’를 취재해봤다.

■ ‘판사의 꿈’ 이루기 위해 검정고시 준비

안녕하세요? 저는 18살, 대한민국 청소년 최민영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고교 1학년 생활을 3개월 정도 하다가, 현재 서울 서초구 꿈드림센터(이하 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자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낯설고 마냥 호감을 주는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걱정도 많이 됐죠. 어찌 보면 제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선택을 했고, 선택을 한 이상 제 선택에 믿음을 갖고 삶을 주도하며 살아나가기 위해 도움을 받을 기관을 찾게 됐습니다.

제 꿈은 판사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판사를 꿈꾼다고?” 되묻는 어른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근데 저는 법에 관심이 많거든요.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데 손을 보탤 수 있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요. 학교를 나왔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선 수능을 치러야 하지요. 검정고시에 꼭 합격해야 수능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저는 서초꿈드림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5월23일에 치르는 검정고시 시험을 앞두고 센터가 휴관하게 됐어요! 코로나19 때문에요.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서울 서초 꿈드림센터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검정고시 준비가 단절되지 않도록 응원박스 키트를 준비하는 등 지원과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서울 서초 꿈드림센터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검정고시 준비가 단절되지 않도록 응원박스 키트를 준비하는 등 지원과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 학교 밖 청소년도 온라인 수업을?

검정고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실전에 대비할 수 있는 모의시험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멘토 선생님들의 국어, 영어, 수학 강의를 직접 듣기 어려워졌지요. 그래서 저희 학교 밖 청소년들도 ‘온라인 개학’을 했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과목별 멘토 선생님이 하루 세 시간씩 온라인 강의를 해주시고 있어요. 아르바이트 등으로 실시간 강의를 듣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기에 모든 강의는 녹화한 뒤 공유해주신답니다.

며칠 전에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응원 박스’라는 걸 받았어요. 센터 선생님들이 상자에 검정고시 모의고사 시험지, 마스크, 간식거리, 교재, 학용품, 응원 메시지 등을 적어서 서초꿈드림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 60여명에게 직접 전달해주셨습니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준비하던 시험들이 늦춰져, 제 주변 친구들도 힘들어하고 풍선에 바람 빠진 것처럼 허탈해 있었는데요. 요즘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될 때가 있어서 속상했는데 응원 박스를 받으니까 굉장히 힘이 났어요. 독학을 하다 보니까 외로워서 괜히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힘들게 수행평가를 챙기는 모습까지 부러워하던 순간이 있기도 했어요.

짜놓은 계획에 온전히 충실하지 못할 때도 있고 왠지 나만 혼자 남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서 마음이 쓸쓸할 때가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와중에 센터에서 응원 박스를 보내주셔서 “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지. 나를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울컥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내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되고 어떤 위치에 있든 간에 ‘나를 향하던 응원의 손길이 부끄러워지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에겐 또 다른 자극이 되었어요.

우리 센터 친구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 밖 청소년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채우는 활동’보다는 검정고시를 통해 ‘앞으로 살아나갈 인생을 입체적으로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단지 학교라는 큰 틀에서 잠시 나왔을 뿐인 거죠.

■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다고요?

학교를 떠나는 친구들이 매년 6만~7만명에 가깝다고 들었어요. 학령기 청소년의 6%에 해당하는 40여만명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추산된대요. 꽤 많은 숫자죠? 한창 자랄 나이에 학교 안 친구들은 때 되면 건강 체크를 받을 수 있어 부러웠는데, 알고 보니 저희도 무료 검진 대상이더라고요!

4년 전부터 시행된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은 9살 이상 18살 이하 학교 밖 청소년이면 누구나 인근 병원 등 건강검진기관을 통해 전액 국고 지원(본인 부담 없음)으로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대요. 전국 200여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꿈드림’ 사업에는 9살부터 24살까지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 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제적·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상급 학교 미진학 청소년, 학업 중단 숙려 대상 청소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꿈드림센터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가까운 청소년 지원센터에 방문하면 돼요. 참 쉽죠?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서울 서초 꿈드림센터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검정고시 준비가 단절되지 않도록 응원박스 키트를 준비하는 등 지원과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서울 서초 꿈드림센터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검정고시 준비가 단절되지 않도록 응원박스 키트를 준비하는 등 지원과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제공

꿈드림센터에 신청하면 먼저 상담을 통해 학업 복귀를 최대한 도와주고,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심리상담과 검정고시를 통한 교육 지원, 기술교육을 통한 직업 지원, 자기계발을 통한 자립 지원을 해줘요. 저는 검정고시를 통한 교육 지원과 진로·적성을 살펴보는 엠비티아이(MBTI) 검사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답니다. 꿈드림에서 공부하거나 활동하는 학교 밖 친구들 모두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아이들도 많구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줘요. 센터 선생님들 말씀으로는 최종적으로 경제적 자립까지를 목표로 한다고 해요.

■ 진학·직업 지원, 근로권익 보호까지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낮에는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모으고 밤이 되면 공부하는 주경야독 생활이 꽤 익숙한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 안 다닌다는 사실 하나로만 우리를 ‘불성실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어른들의 편견 어린 색안경을 벗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십대들이 자신만의 꿈을 찾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고 있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꿈드림센터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공부방, 진로·직업 체험, 수학여행, 의료지원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크게 상담 지원, 교육 지원, 대학 입시 지원, 직업 체험 및 직업교육훈련 지원, 자립 지원, 건강검진 등을 운영한대요. 특히 제가 참여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지원을 통해 학업 동기를 강화하고 검정고시반을 운영하며 학력 취득을 지원해주니 마음이 참 든든하죠. 수학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곳이 있어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추억도 쌓을 수 있어요.

센터 선생님들은 여러 이유로 ‘학교 밖’에 있지만 캠퍼스 생활을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대학 입시 정보를 공유하고 학업 중단 상황에 대한 숙려 상담, 취학 전담 사례 관리 등을 꼼꼼히 해주시고 있어요.

직업 탐색·체험 행사와 직업 역량 강화 코스를 운영하면서 자립 지원도 하고 있고요. 내일이룸학교, 취업 성공패키지, 비즈쿨 등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이 놓칠 수 있는 진로·직업 정보를 제공해주시는데, 정말 알짜 정보가 많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자기계발 기회를 주면서 청소년 근로 권익 보호 및 기초 소양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학교 안 다니는 십대라고 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검정고시부터 진로·직업 상담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떠세요? 학교 밖 청소년의 학습·상담·진로 등을 지원하는 곳을 찾고 있다면 꿈드림센터 누리집(www.kdream.or.kr)에 접속해보세요. 첫 화면에서 ‘지역 꿈드림 찾기’를 클릭하면 전국 시·도에서 운영 중인 꿈드림센터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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