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대입 대책 잇따르는데…재학생간 ‘역차별’ 우려도

고3때 비교과 반영 최소화 대체로 반기면서도
지금껏 열심히 준비한 재학생 ‘역차별’ 우려
수능 난이도 낮추는 방안에는 “실효성 떨어져”

5월21일 오전 울산 남구 문수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학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학사 운영 파행에 따른 고3 재학생들의 불이익을 줄일 대입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자, 현장 교사들이 “비교과 활동은 물론 입시 상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학생들의 심리적 위축도 상당하다”며 이같은 구제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나섰다. 다만 재학생들도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역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 있고 실효성 역시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세심한 접근을 주문했다.

15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코로나로 인한 2021학년도 대학 입시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는 현직 교사 6명이 발제자로 나와 대학별 대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연세대가 내놓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활동 기록 가운데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실적은 1~2학년 때까지만 평가에 반영하도록 한 조처에 대해 교사들은 대체로 “대면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처”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조처는 재학생과 재수생 모두에게 적용된다. 다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비교과를 착실히 준비해온 재학생들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혜정 교사(서울 휘봉고)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서도 대회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노력한 학교와 학생들의 노력이 평가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고 “비교과를 반영하되, 고3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는 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3 1학기에 진로를 변경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진로 변경 사유를 충분히 대학 쪽에 설명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권혁선 전주고 교사)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복수의 교사들이 대학들이 최근 3년간 학종에서의 재학생-재수생 합격 비율 평균을 올해 입시에서도 유지하도록 권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정성평가 항목에 올해 고3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을 참작하도록 해서 기존 합격 비율을 맞추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재학생과 재수생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졌는데 이를 배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입시 공정성에 어긋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시에서는 서울대처럼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 말고도 수능 범위나 난이도를 일괄 조정하는 방안이 있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윤근 교사(서울 양정고)는 “수능은 선발고사로, 학생들의 서열이 나와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난이도를 낮추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올 수능 출제범위를 고2 교육과정까지로 축소하자”(김승환 전북교육감)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권혁선 교사는 “국어의 경우 2학년 교육과정까지만 수능을 치르게 되면 화법과작문, 문학, 독서, 언어 4개 영역 가운데 출제가 가능한 영역은 문학과 독서 영역에 한정되게 된다. 수학 역시 미적분, 확률과 통계를 3학년에 대부분 배우고 있어 학교현장에서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고3 학부모들은 “대학별로 대책이 달라 입시 준비에 더 많은 손이 갈 것 같고 그 대책조차 빨리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유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