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소비자 반응 따라 천국과 지옥 오가죠”

등록 2006-01-15 16:38수정 2006-01-16 14:42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화장품 연구개발자 이혜원씨

“똑같은 브랜드라도 지난해에 산 화장품과 올해 산 화장품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고객이 요구하는 방향에 따라 제품 성분을 조금씩 조정하거나 더 좋은 품질의 원료로 바꾸거든요. 최근에는 촉촉한 느낌이 오래가는 화장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태평양 기술연구원 스킨케어팀 이혜원씨는 올해로 경력 6년째를 맞는 화장품 연구 개발자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 2000년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했다. 순수학문을 연구하던 그가 ‘화장품’이라는, 조금은 변덕스럽고 공식을 뛰어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성격 탓이다.

“화장품은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빠른 제품이니까 딱딱한 실험실 연구보다 훨씬 재미있고 변화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예상은 맞았지만, 그 만큼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게 문제죠.”(웃음)

요즘 소비자들은 화려한 색조 화장보다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초 화장품에 더 신경을 쓴다. 그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기존 제품을 소비자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를 감동시킬만한” 신제품도 만들어내야 한다.

“미백 기능을 강화한다고 해서 미백 성분 원료를 무조건 많이 쓰면 안되거든요. 비타민이 좋다고 무조건 많이 바르면 안되는 것과 같죠. 효과가 좋은 화장품 원료일수록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

시장의 요구와 제품의 콘셉트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려면,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기호와 유행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임상실험을 거쳐 끊임없이 안전 여부를 검증하는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년. 가격과 품질, 안전, 제품 경쟁력 등 신상품 출시에 필요한 요건들을 모두 고려해 드디어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면,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조바심이 난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에 들어할까. 온갖 생각에 잠이 안오죠. 인터넷을 뒤져가며 반응을 알아보기도 하고요. 반응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개발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죠.”

이 씨는 외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외국 브랜드 중에서 한국에 현지 연구소를 두고 한국인의 피부와 제품을 연구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거든요. 국내 업체들이 한국인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와 연구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제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인문학적 감수성 갖춘 과학자 돼야

화장품 연구개발자 되려면

전공=화장품 연구 개발은 화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분야다. 이 분야 종사자들은 화학이나 화학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생물학, 동물학이나 생명공학, 식품공학 등 이공계열 전반에 걸쳐 관심있는 이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국내 화장품 업체 연구소에 재직 중인 연구원들 중에는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들이 많다. 그러나 현재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에 화장품학을 별도로 개설한 학교는 없기 때문에 화학을 비롯한 이공계열쪽 전공자라면 누구나 도전해볼만 하다. 2년제 대학들이 개설하고 있는 피부미용학과 등은 관련 분야라 할 수 있으나 제품 연구 자체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하지는 않는다.

적성=화장품은 유행에 민감한 소비재다. 화장품 개발자는 화장품 자체의 효능을 우수하게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바를 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일은 없지만, 소비자의 기호와 느낌, 정서를 아는 것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일만큼 중요하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이공계열 전공자 특유의 강점도 갖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관심이 갖고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예민하고 감성적인 ‘인문학적 감수성’도 필요한 직업이다.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제품이지만, 국내 화장품 개발자 중에서 여성은 30%선이고 아직은 남성 연구원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진출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문재인·노무현 부인도 문제 일으켜”…김 여사 논란 물타기 1.

윤 대통령 “문재인·노무현 부인도 문제 일으켜”…김 여사 논란 물타기

“윤석열에게 실망과 공포…참담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2.

“윤석열에게 실망과 공포…참담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드론으로 국정원 촬영, 중국인 관광객 현행범 체포 3.

드론으로 국정원 촬영, 중국인 관광객 현행범 체포

‘거친 입’ 임현택 의협회장, 결국 취임 반년 만에 탄핵 4.

‘거친 입’ 임현택 의협회장, 결국 취임 반년 만에 탄핵

트럼프 승리 뒤 미국서 주목받는 ‘4B’…한국서는 ‘운동 넘어 현상’ 5.

트럼프 승리 뒤 미국서 주목받는 ‘4B’…한국서는 ‘운동 넘어 현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