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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 역할, 처음이면 배워야죠”

등록 2020-09-21 18:02수정 2020-09-22 02:35

이제는 ‘온라인 부모교육’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부모교육’ 활성화
좋은 부모·보호자 되기에 관심 높아져
맞벌이 가정에서도 참여할 수 있게 돼

“너, 자꾸 그러려면 나가!”
아이 마음 무너뜨리는 정서적 학대
이제는 부모도 ‘부모 되기’ 배워야

자녀와의 관계 돈독하게 만들려면
‘마음 근육’ 키우고 ‘힘 되는 말’ 해줘
지자체·교육청 부모교육 다양
김현수(왼쪽) 성장학교 별 교장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기 아이사랑 부모학교’(이하 부모학교)에서 ‘요즘 아이들 이해하고 잘 돕는 법’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경기도청 여성가족국 제공
김현수(왼쪽) 성장학교 별 교장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기 아이사랑 부모학교’(이하 부모학교)에서 ‘요즘 아이들 이해하고 잘 돕는 법’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경기도청 여성가족국 제공

“밥 먹었니, 공부했니, 언제 잘 거니, 몇 시에 일어날 거니…. 부모로서는 아이에게 하나하나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춘기인 아이는 대답하기를 거부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좋은 아빠, 좋은 엄마, 든든한 보호자 되기’에 관한 고민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충북에 사는 학부모 김미영씨는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내 아이는 바르게 자라고 있는 것인지, 보호자가 아이 생활의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고 어디까지 수용해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부모도 부모 역할을 처음 맡아보는 것이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진행해온 부모교육이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이 앞다퉈 온라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집합교육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맞벌이 가정 등에서도 양질의 ‘부모 되기 교육’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부모 되기’도 배워야 한다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육아 관련 누리집에 올라온 글을 보면 ‘부모로서 분노 조절을 하지 못했다’ ‘나는 부모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고백과 자책이 많다. 어디까지가 훈육인지 모르겠다는 글도 있고, 다시는 아이에게 그러지 않겠다는 반성의 글도 많다.

임영주 대표(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는 “‘너, 자꾸 그러려면 나가’ ‘너 키우느라 엄마는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참고 있는데 자꾸 그러면 엄마 나갈 거야’ ‘그러려면 먹지 마. 이제 다시 밥 안 줄 거야’ 등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지 않은 말들은 엄연한 아동학대”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아동학대는 외부에서 아이가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동학대의 70~80%는 가정에서 일어난다. 임 대표는 “아이를 때리는 것을 ‘훈육’으로 정당화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는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것을 부모에게 교육해야 한다”며 “문 닫으면 가장 위험한 공간이 알고 보면 가정이다. ‘내 자식 내 마음대로’는 이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 분노 조절이 안 된다는 식의 말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어요. 부모도 이제는 ‘부모 되기’를 배워야 합니다.”

비대면으로 진행한 온라인 부모학교 수료 모습. 경기도청 여성가족국 제공
비대면으로 진행한 온라인 부모학교 수료 모습. 경기도청 여성가족국 제공

임 대표는 부모가 아이에게 ‘안전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에 위협을 받을 때 아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진다”며 “부모가 제공하는 물리적인 안전감과 함께 심리적 안전감이 있으면 아이들의 자존감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교육을 통해 조절감을 향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조절감은 자기 통제력, 절제력으로도 표현하는데, 당연히 아이들은 조절 능력이 부족하지요. 성인인 부모가 부모교육을 받은 뒤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도 되는 걸 가르치는 게 진정한 훈육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지난 4일 밤 10시 경기도청 유튜브 채널에서 김현수 교장(성장학교 별)이 ‘요즘 아이들 이해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경기 아이사랑 부모학교 유명강사 특강’(이하 부모학교)에서 김 교장은 “우리 아이의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아이의 입장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상담 사례집을 펴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 교장은 사전에 온라인으로 접수한 다양한 질문에 답을 이어갔다. “했니? 안 했니?”라는 식의 대화법만 존재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라면 ‘우리가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언제였는가’부터 돌이켜봐야 한다고도 전했다.

‘공부보다 인기가 중요하다, 나도 명품을 갖고 싶다, 피부 고민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겠다’는 등 아이들의 여러 고민을 마주했을 때 부모로서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지, 어떻게 고민에 공감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아이들이 정서적인 단절과 고립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점, 신학기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친구가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 등을 부모가 먼저 나서서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아이를 통제하며 키운다는 생각 대신에 협조하고 격려해주겠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전했다. “사소하게는 ‘사춘기인 아이가 왜 매번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을까요?’라는 질문도 있었지요. 청소년이 성인으로 커가며 변화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호자가 살펴줘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자아 안정감에 매우 중요합니다.”

박상미 경찰대 교양과정 교수가 온라인 부모학교에서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아이사랑 부모학교 영상 갈무리
박상미 경찰대 교양과정 교수가 온라인 부모학교에서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아이사랑 부모학교 영상 갈무리

부모 자신의 마음부터 튼튼하게

“내 마음 근육이 튼튼하면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게 상관없어져요. 누군가에게 기대할수록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초라해지고, 힘들어집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어요.”

지난 11일과 18일 부모학교 강의는 박상미 경찰대 교양과정 교수(더공감마음학교 대표)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청소년·학부모 고민 상담소’를 주제로 진행했다. 아이와의 관계를 고르게 하려면 부모가 자신의 마음부터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교수가 청소년들을 상담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부모님이 나를 미워하는 것 같다”는 말이라고 한다. 박 교수는 ‘아이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며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표현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아이를 살리는 말의 힘에 관해 설명했다.

감정의 주인이 되어 내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법, 감정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의 중요성 등에 대해 언급하며 보호자가 자신의 마음 근육부터 튼튼하게 만들어볼 것을 강조했다. 부모학교는 오는 11월13일까지 매주 금요일 밤 10시 경기도청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ggholics)에서 볼 수 있고 지난 강의도 다시보기 할 수 있다.

놀이 장면 찍어 보낸 뒤 상담 받아봐

9월부터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비대면 부모교육을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 놀이 도구(키트), 만화영화(애니메이션), 전문가 상담 등을 제공하며 아동의 발달 특성 및 연령별 놀이 방법 등을 재미있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대면 부모교육은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집에서도 놀자!’ ‘놀이를 부탁해!’ ‘놀자! 알자!’ 등 세가지 과정으로 운영한다.

온라인 부모교육 내용으로는 멋진 아이 골든벨, 유레카(아이와의 바람직한 대화 방법, 칭찬 방법 교육), 아이 마음 헤아리기(사례별로 자녀 권리를 존중하는 양육·훈육·상호작용 방법 교육), 아동학대 예방 부모교육 등이 있다.

놀이 키트를 신청한 뒤 아이와 노는 장면을 찍어 제출하면 부모의 양육 태도 등에 관한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누리집 갈무리
놀이 키트를 신청한 뒤 아이와 노는 장면을 찍어 제출하면 부모의 양육 태도 등에 관한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누리집 갈무리

놀이 키트를 신청한 뒤 아이와 노는 장면을 찍어 제출하면 부모의 양육 태도 등에 관한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낯가림, 애착물, 떼쓰기 등 흔히 있는 육아 사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면서 아동의 발달 특성 등을 이해하고 같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도 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누리집(central.childcare.go.kr) 또는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장은 “놀이 키트, 애니메이션, 전문가 상담 등으로 아이와의 놀이를 돕고, 집에서 놀이를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며 배울 수 있는 부모교육 과정은 아이와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아카데미·미술관 교육도

디지털 리터러시, 성교육, 소통 공감 대화법에 관한 부모교육도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10월6일부터 11월25일까지 학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학부모·올빼미 교실’을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아카데미는 학부모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초·중·고 자녀 성장 단계별 교육과정인 ‘학부모 교실’과 직장인 부모를 위한 ‘올빼미 교실’ 등으로 나눠 진행한다. 학부모 교실은 매주 1회 오전 10시부터 열리며 올빼미 교실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총 8회씩 진행된다.

학부모 교실은 성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창의·인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독서교육, 안전교육 등을 주제로 열리고 올빼미 교실은 성교육을 비롯해 대입 전형 이해, 학부모 이미지 메이킹과 스피치 교육, 소통 감성 대화법 등을 주제로 이뤄진다.

충주교육지원청은 ‘학부모 성장교실’ 밴드 플랫폼을 통해 부모교육을 진행한다. 학부모의 자녀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부모·자녀 갈등 조절과 소통, 소통하는 성교육 등으로 진행한다. 대전시교육청은 오는 11월까지 학부모 대상 일대일 온라인 코칭 교육을 실시한다. 학부모가 미래지향적인 대화기법을 익힌 뒤 자녀와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행복한 가정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부모 대상 온라인 특강 ‘어린이가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지난 14일부터 매주 월요일 총 3회에 걸쳐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아동미술교육 전문가 김미남 교수(한양대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학과)의 진행으로 총 3부로 진행한다.

부모가 아이들과 미술에 대해 어떠한 태도와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분석해보고, 시각 예술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녀와 부모는 미술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도 예정돼 있다. 미술관 누리집(suma.suwon.go.kr)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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