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차에 접어든 교사 2명 가운데 1명이 원격수업과 관련해 교권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실시간 수업 도중 학생이 멋대로 수업을 방해해도 대면수업만큼 단속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수업 장면을 촬영·유포해 초상권을 침해당해도 심각한 범죄 행위에 이르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점 등의 문제점을 호소하고 있다.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15~27일까지 조사에 참여한 전국 유·초·중·고 교사 1341명 가운데 738명(55.2%)이 원격수업과 관련해 교권을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권 침해는 교직 경력이 적을수록(경력 5년 미만 63.5%, 20년 이상 42.2%), 학교급이 낮을수록(유 75.4%, 고 43.6%)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교권을 침해한 대상(중복응답 가능)은 관리자(49.3%)-학부모(39.4%)-학생(38.6%) 순이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이 85.6%에 달했다. 대부분(92.2%)의 교사가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같은 교권 침해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교권침해 10건 가운데 7건은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였다. 과제 게시판에 욕설을 쓰는 것은 물론, 다른 학생의 학번과 이름을 도용해 들어와 남의 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방해한 사례도 있다. 교사는 이 학생을 쫓아내는 데만 20분을 허비해야 했다. 교사가 지켜보는데도 침대 위에 누워서 수업을 듣거나 라면 등 음식을 먹기도 했다. 남학생이 상의를 벗고 실시간 수업에 나타나 불편함을 느꼈다는 여성 교사도 있었다. 모두 대면수업이었다면 용납될 수 없는 상황들이지만, 원격수업의 한계로 인해 교사들의 여러 차례 지적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수업화면을 갈무리해 수정하거나 배포했다는 응답도 9.3%에 달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교사의 원격수업 영상자료를 악용해 교육 활동을 침해하면 교원지위법 등에 따라 가해 학생을 조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사의 얼굴과 성착취 영상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 제작·유포 등 심각한 수준의 범죄 행위가 아닌 경우, 초상권 침해만으로 학생에게 특별교육이나 출석 정지 등의 조처를 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초상권 침해는 형법상 범죄 성립이 안 돼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소송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 또 학교장이 단순 초상권 침해는 경미하다고 판단해 뒷짐을 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조사 참여 교사들은 교권 침해 예방과 대처를 위한 방안으로 ‘관리자의 적극적 대처를 강제하는 제도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강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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