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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뚜거운 물 적으니까 샤월 불편해요” 손글씨 편지가 도착했다

등록 2021-06-21 18:54수정 2021-06-21 22:03

화성외국인보호소 수용 43명 외국인 “사람처럼 살고 싶다” 진정
3년 전 인권위 개선 권고했지만…아픈 환자 격리실 수용 내용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43명의 외국인들이 시민모임 ‘마중’에 보낸 한글 진정서. 마중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43명의 외국인들이 시민모임 ‘마중’에 보낸 한글 진정서. 마중 제공

“일주일 한 번만 밖에 운동을 나갈 수 있지만, 30분 후 바로 방에 들어와야 해요. 우리도 사람이니까 사람처럼 살고싶어요. 뚜(뜨)거운 물이(을) 우리한테 줄 시간 너무 적으니까 샤월(워) 불편해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보호외국인 43명이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다”며 시민모임에 진정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 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출국할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시설이다. 난민신청자도 외국인보호소에 머문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발신자 불명의 팩스 한 통이 외국인보호소 정기 방문 활동을 하는 시민모임 ‘마중’에 수신됐다.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 43명의 이름 및 서명과 함께 영어, 한국어 등으로 쓰인 진정서에서 이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의 반인권적 행위를 멈춰달라”고 밝혔다.

진정서를 보면 이들은 △주1회 20분 내외로 제공되는 운동 시간 △부실한 식사 △인터넷 주1회 20분 허용△아픈 환자 1인 격리실에서 수용 △저녁 7시 이후 온수사용 금지 등 갖가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는 43명이 외국인보호소에서 겪은 경험이 담겼다. 외국인 ㄱ씨는 “(우리는) 매일 외부 운동 활동 없이 감방과 같은 공간에 구금되어 있고, 가끔 20분 정도 운동이 허용되지만 곧바로 보호실로 들어와야 한다”며 “아픈 사람은 아주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까진 병원 방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환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면 보호소 직원들은 ‘조용히 하라’고만 할 뿐, 많은 경우 1인 격리실로 보내진다”고 했다. 지난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마중’에 편지를 보낸 화성 외국인보호소의 난민신청자 ‘케이(K·가명)’도 “보호소 안에서 소란이라도 피우면, 보호소는 외국인을 독방에 가둔다. 그곳은 티브이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샤워실도 없다. 어떨 땐 3일이나 5일, 7일 동안 (직원들은) 수갑을 채운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ㄴ씨는 “여기 음식은 형편없다.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단백질은 없다. 어떤 모로코 사람에게는 항상 샐러드와 토스트 빵 5조각, 우유만이 제공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직원들은 우리가 옆방 사람들과 인사도 못 하게 한다. 우리가 동물입니까? 우리가 왜 그런 짐승 취급을 받아야 하나요?”라고 했다.

2018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법무부에 외국인보호시설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준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충분한 운동시간 제공△독방격리보호를 남용하지 말 것 등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화성외국인보호소 장기 보호외국인들은 독방 격리보호 경험이 매우 빈번했다”며 “보호소 독방의 창은 에이포(A4) 용지 한 장 반 정도의 크기로 창문 뒤가 막혀있고 출입문 하단에 배식구가 설치돼 외국인에게 굴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도 인권위는 국내 한 외국인보호소가 수용된 외국인이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뒷수갑’과 ‘발목수갑’으로 2시간 넘게 결박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피해자를 결박한 방식은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며 해당 외국인보호소에 해당 직원들을 직무교육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진정서를 보면 인권위의 권고가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ㄱ씨는 진정서에 “(수용된) 많은 외국인들은 비자 문제가 있거나 난민신청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를 범죄자처럼 다뤄선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경찰이나 119 등 다른 기관들에 수없이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지만 직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번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소관부서에서 탄원서를 아직 받거나 인지하지 못했다. 탄원서 내용을 먼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43명의 외국인들이 시민모임 ‘마중’에 보낸 한글 진정서. 마중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43명의 외국인들이 시민모임 ‘마중’에 보낸 한글 진정서. 마중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43명의 외국인들이 시민모임 ‘마중’에 보낸 영문 진정서. 마중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43명의 외국인들이 시민모임 ‘마중’에 보낸 영문 진정서. 마중 제공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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