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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 “빨리보다 안전한 배송 돼야”

등록 2021-06-24 14:50수정 2021-06-24 15:17

청와대 청원 당사자 “안전불감증 알리려 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본사 앞에서 쿠팡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에 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본사 앞에서 쿠팡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에 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 당시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이 근무자의 신고 요청을 무시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물류센터 노동자가 “쿠팡은 이제라도 사실을 말하길 바란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4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쿠팡 본사에서 ‘덕평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물류센터 대상 안전점검 △화재 진상규명 시 노조 참여 보장 △쿠팡 내 각종 인권침해와 괴롭힘 등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화재를 최초로 목격해 보안요원·현장관리자에게 조처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하는 노동자 ㄱ씨도 참석했다. 심야 근무자였던 ㄱ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새벽 물류센터 층계 밑에서 가득 찬 연기를 목격하고 보안요원과 현장관리자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지만 이들이 “불난 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거나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돼요”라고 자신의 말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보안을 담당하는 용역업체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업체 소속 보안요원을 조사한 결과 “확인하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화재 사실 확인 요청을 했다며 ㄱ씨 주장을 반박했다. 쿠팡도 지난 20일 “안전을 위한 회사의 노력과 정기적인 비상 대피훈련 덕분에 화재 발생 직후 근무자 전원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씨는 기자회견에서 “(쿠팡 쪽은) 계속해서 거짓말로 반박하고 있다”며 “내가 국민청원을 올린 이유는 쿠팡 물류센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했던 것”이라고 쿠팡 쪽 주장을 반박했다. ㄱ씨는 이번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기자회견에서도 신원이 특정돼 불이익을 입을 것을 우려해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일 화재 현장에서도 힘들었지만 지금이 더 힘든 상황이다. 쿠팡은 이제라도 사실을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쿠팡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쿠팡물류센터지회 민병조 지회장은 “우리의 밤낮없는 노동은 사람들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필수가 됐지만,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도 빼앗긴 채 물류센터라는 커다란 상자 안에 갇혀 고된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이 되지 않고, 어느 순간 왕따가 되고 양치기 소년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민 지회장은 특히 다가올 폭염을 걱정하며 “물류센터에서 더위에 의지할 곳은 24시간 돌아가는 선풍기와 몇 개의 에어서큘레이터 뿐이다. 폭염이 시작되면 내부는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상태가 되지만,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는 한 포도당만 주고 끝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휴대폰 보안스티커 부착 뒤 반입 허용 △개인물품 반입 규제 완화 △2시간마다 20분 유급휴게시간 보장△폭염에 따른 적절한 냉난방 대책 등을 요구했다. 민 지회장은 “노동자에게 빨리빨리 몰아친다고 배송이 빨라지는 것 아니다. 화재 예방은 물론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도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 노동자도 안전한 배송이 될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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