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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저녁 매출? 전기료가 더 나오겠네” 4단계 만난 상인들의 절망

등록 2021-07-09 17:09수정 2021-07-10 02:36

수도권 거리두기 최고단계 격상
고깃집·술집 등 “사실상 영업제한
7월 나아질 줄 알았는데 최악이 왔다”

서울 연남동·종로 등 번화가
점심시간에도 유동인구 반토막
“가족 모임도 예약 취소 줄이어”
저녁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새 거리두기 4단계가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에 2주간 적용키로 한 가운데 9일 점심 무렵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저녁 6시 이후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새 거리두기 4단계가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에 2주간 적용키로 한 가운데 9일 점심 무렵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가 결정됐다고요? 다음 주 월요일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진짠가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당구장은 다음 주 신규 영업을 앞두고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었다. 뉴스를 보지 못해 4단계 격상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장 ㄱ씨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해 오후 6시 이후에는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ㄱ씨는 “7월부터는 괜찮아진다고 해서 인수했다. 2주 뒤에라도 (거리두기 단계가) 풀린다면 다행이지만 이제 계약했는데 큰일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정부가 12일부터 거리두기 최고 단계를 적용하는 초강수를 두자 자영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녁 영업을 주로 하는 술집과 고깃집 등 식당, 당구장,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 업주들에게는 ‘폭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7월부터 거리두기 완화를 기대하며 장사를 준비했던 이들은 새 거리두기 적용이 연기된지 일주일 만에 거리두기가 더 상향되자 “최악이 찾아왔다”고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다.

4단계 격상 소식이 발표된 이날 서울 거리 곳곳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은 평일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던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상권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지난주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점심시간이었지만 8~10개의 테이블을 둔 식당들도 3분의 1정도만 손님이 자리에 있었다. 직장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의 식당가도 마찬가지였다. 한참 점심을 먹을 시간임에도 홀이 꽉 차지 않은 식당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대신 포장을 할 수 있는 식당에는 점심시간이 되기 이전부터 대량으로 음식 포장을 해가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10분께 종로구의 한 샌드위치 가게는 8개의 테이블이 텅 비어있었다. 대신 8명의 사람이 줄을 서서 샌드위치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꺼번에 샌드위치 10여개를 포장해가는 직장인 박아무개씨(29)는 “상사가 외부식당에 나가서 먹기보다 포장을 해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샌드위치를 사러 왔다”며 “앞으로도 배달이나 포장하는 방식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카페 직원은 “주변 회사들이 다들 재택근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점심은 한산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발표한 9일 낮 한적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권. 채윤태 기자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발표한 9일 낮 한적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권. 채윤태 기자
저녁 장사로 먹고 사는 술집, 고깃집 등 식당 주인들은 정부의 발표에 “사실상 영업 제한”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마포구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윤아무개(42)씨는 “지난주에 거리두기 완화된다고 해서 직원 1명을 고용했다. 다시 자를 수도 없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매일 새롭게 발주를 넣어 들여오던 맥주도 매일 남는다. 오래된 맥주를 팔 수도 없어서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 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은 장사의 ‘장’자도 모르는 사람 같다.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마음으로 지난해부터 장사해 왔는데 빚만 늘어나고 희망도 꺾여 버틸수록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종로구에서 10여개의 테이블을 두고 순댓집을 운영하는 조아무개(48)씨는 “단골손님들이 지난달에 ‘이제 내가 7월에 올게’라고 약속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다 필요 없어졌다. 속이 너무 아프다”며 “차라리 그냥 셧다운을 했으면 좋겠다. 2명은 무슨 2명이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는 이번 거리두기 적용에서 동거가족이 아니면 직계가족도 사적 모임과 동일하게 제한하고, 백신 인센티브도 주지 않기로 했다. 한 종로구 한정식집 주인은 “칠순 잔치부터 생일 등 가족 모임을 주로 하는 곳이라 이번 조치가 유독 타격이 크다. 예약 취소 연락도 줄줄이 오고 있고, 예약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예약금을 돌려줘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저녁에 에어컨값이 더 나올 것 같은데 저녁 영업을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은지 고민이다”, “6시 이전에 4인 손님이 오면 6시가 되면 내보내야 하는 거냐” 등 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담긴 글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이우연 채윤태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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