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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40대 김상상 과장, ‘메타버스’로 출근해 보았습니다

등록 2021-07-10 09:37수정 2021-07-10 20:58

[토요판] 커버스토리
메타버스가 온다

코로나 직격탄 직장인 김상상 과장
회사 대신 아바타가 메타버스 출근
가상공간서 진짜 동료들과 팀 회의
“막상 써보니 쉽고 재미있어” 반응

92년 닐 스티븐슨 소설에 첫 등장
라이프로깅·증강현실 등 네 영역
익숙한 페이스북, 카카오톡부터
확장(XR)현실로 현실 영역도 넘봐

BTS, 트래비스 스콧도 ‘아바타’ 공연
10여년 뒤 세계시장 1700조원 전망
구치, 나이키, 현대차도 활용 나서

실물 없는 부동산 등 신산업도 눈길
‘로맨스 스캠’ 등 각종 범죄 우려도
“관련 법·제도, 관리 주체 등 필요”
먼저 ‘아바타’가 있었다.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은 에스에프(SF)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주인공의 디지털 분신이 가상공간에서 활약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아바타’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소설 안에는 또 하나의 예언자적 소재가 등장한다. “그는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컴퓨터가 만들어낸 전혀 다른 세계에 있었다. 이런 가상의 장소를 전문용어로 ‘메타버스’라 부른다.” 30여년 뒤, 그가 예언한 메타버스 세계가 현실에서 열리고 있다. 메타버스? 그게 뭔데 지금 오냐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구글맵 같은 게 모두 메타버스의 하나다. 기성세대들이 즐겼던 게임 ‘테트리스’와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3차원 가상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도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메타버스는 조금 더 복잡하고 놀라운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상했던 걸 보고 듣게 해줄 뿐 아니라, 가상세계를 느끼고 만지게 해주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거대한 메타버스 세계의 문은 이미 활짝 열렸다. 위 이미지는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 ‘제페토’를 이용해 <한겨레> 토요판팀이 회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글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NVidia) 창업자인 젠슨 황은 지난해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라는 말로 관심을 끌었다. 지금 인터넷처럼 누구나 메타버스 속에서 살아갈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젠슨 황은 30여년 전 에스에프(SF)소설 속 세상이 앞으로 현실이 될 수 있다며 “메타버스에서 우리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 무한 확장 가능한 또 다른 세계, 메타버스로 떠나보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한 지 1년6개월을 넘었다. 40대 직장인 김상상 과장은 오늘 회사 대신 집에서 ‘메타버스’(Metaverse)로 출근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회사 동료 하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밀접접촉자 몇이 역학조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회사는 만일을 위해 직원 절반을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일주일에 한번 하는 팀 회의를 거를 수는 없다. 디지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해 피시를 이용해 ‘게더타운’(gather.town)에서 동료들과 만나기로 했다. 하루 전, 김 과장은 게더타운에서 만든 자신의 아바타를 뚝딱뚝딱 움직여 조그마한 회의실 하나를 열었다. 회의실 가운데 둥근 테이블과 의자를 몇개 놨다. 딱딱한 회의실 느낌을 지우기 위해 회의실과 나란히 커피 가게도 하나 만들었다. 벽 한켠에는 ‘△△△팀 회의실’이라고 쓰인 펼침막을 걸었다.

레고 블록과 닮은 자신의 아바타한테는 귀여운 정장을 입혔다. 회의 시간이 되자, 동료 아바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가상 회의실에서 김 과장의 아바타와 동료 아바타가 만나면, 모니터 한켠에 현실 속 동료들 얼굴이 뜨면서 업무용 화상회의가 가능하다. 더 화려하고 정교한 3차원 메타버스 앱이 있지만, 김 과장에겐 학창시절 즐겨 쓰던 미니홈피 ‘싸이월드’를 닮아 더 편한 느낌이다. 애초 메타버스 회의를 부담스러워하던 동료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밌고 편리한 점이 많다”거나 “내 아바타가 더 귀엽지 않냐”는 말을 건네며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김 과장도 처음엔 메타버스라는 말 자체가 낯설고 어려웠다. 그러나 이미 그의 실생활에선 많은 일이 메타버스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김 과장은 이날 회의 뒤에도 거래처와 약속 장소까지 차를 타고 가기 위해 ‘카카오 내비’를 켰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이 마치 마법의 거울처럼 이동경로와 최적의 동선을 안내해준다.(거울세계)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자, 아이들이 모처럼 닌텐도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을 하자고 조른다. 김 과장은 게임 속 아바타로 변신해 한적한 섬에서 낚싯대를 드리웠다. 현실의 삶은 팍팍하지만, 잠시나마 가상의 공간에서 여유로운 삶(가상 세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먹었던 냉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페친’들에게 소식을 전한 뒤(라이프로깅 세계) 포근한 잠자리에 들었다. 비영리 기술연구단체인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은 메타버스를 증강현실(AR)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등 세계로 구분하는데, 김 과장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여러 메타버스 속에서 하루를 보낸 셈이다.

30여년 전 ‘공상과학’이 우리 곁으로

“그(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컴퓨터가 만들어낸 전혀 다른 세계에 있었다. 이런 가상의 장소를 전문용어로 ‘메타버스’라 부른다.”

‘메타버스’란 말은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쓴 소설 <스노 크래시> 속에서 처음 등장한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가상 신체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현실에선 피자 배달로 돈을 벌어 마피아에게 빌린 돈을 갚는 신세지만, 메타버스 속에서는 엄청난 검객이자 해커로 활약한다. 메타버스를 넘나드는 악당들이 현실 세계에 사는 아바타 주인들의 뇌를 망가뜨리고, 히로가 결국 이들을 찾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같은 소설에서 스티븐슨이 처음 등장시킨 ‘아바타’라는 말은 2009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통해 ‘디지털 속의 또 다른 나’(디지털 미, Digital Me)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아바타에 이어 이번엔 메타버스가 현실로 다가왔다. 메타버스는 애초 초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조합한 말이다. 단어 자체가 낯설 뿐, 이전부터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조금 더 편리한 삶을 누리거나,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데 이용해온 디지털 공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싸이월드는 가장 친숙한 형태의 메타버스다.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기록한다고 해서 ‘라이프로깅 세계’라고 한다. 한때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게임 ‘포켓몬고’에서 보여준 증강현실 세계도 메타버스의 하나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애니메이션을 덧씌워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하면 포켓볼을 던져 이들을 잡는 게임이다. 애초 증강현실은 1968년 미국 유타대 아이번 서덜랜드 교수가 ‘궁극의 표시장치’라는 이름으로 개발에 나섰던 것으로, 처음 발명이 시작된 지 반세기가 넘은 낯설지 않은 존재다. 현실의 도로와 건물 등을 애플리케이션(앱)에 지도 형태로 정교하게 구현해 길찾기를 돕는 구글맵(거울세계)도 우리가 거의 매일 만나는 메타버스의 하나다.

메타버스에 속한 네가지 세계 중 현재 가장 ‘메타버스스러운’ 영역은 가상 세계다.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제페토’, 게임 기반의 ‘포트나이트’·‘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꾸민 뒤,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여행, 공연 관람, 게임 등을 가상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최근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뒤섞은 혼합현실(MR)이나, 3차원 가상 영상과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셋 등으로 오감을 통해 가상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확장현실(XR)까지 메타버스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지도 정도를 손쉽게 활용했던 기성세대들로서는 첨단기술과 결합해 급속히 영역을 확대하며 이름까지 낯설어진 ‘메타버스’ 문화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BTS와 트래비스 스콧도 메타버스행

어린이나 청소년의 가상 놀이공간 정도로 여겨지던 메타버스는 점점 현실 세계로 깊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문화 콘텐츠들이 애초 국경과 나이 등 경계가 없는 메타버스 안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인기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의 가상공연장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라이브 공연을 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스콧은 3일간 다섯차례 공연을 했는데, 아바타의 얼굴을 하고 가상의 공연장에 들어온 관객 2770만명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지난해 9월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그룹 멤버 7명이 각자 개성을 살린 독특한 아바타 모습으로 등장해 현실 속 안무와 똑같은 역동적 춤을 선보였다. 한달 뒤에도, 방탄소년단은 온라인 콘서트를 열며 증강현실과 확장현실 기법을 활용해 1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아이돌 걸그룹 블랙핑크는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가상현실 메타버스 ‘제페토’에 아바타를 만든 뒤, 이들의 댄스 퍼포먼스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넘겼다. 제페토에서 연 가상 사인회가 5000만명 가까운 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어찌할 수 없는 일상의 답답함을 가상 세계에서 해소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 5월 건국대는 3일간 ‘메타버스 봄 축제’(KON-TACT)를 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접속 가능한 온라인 공간에 3차원 그래픽으로 학교 건물과 시설들을 그대로 옮겨 ‘건국유니버스’를 만든 뒤, 학생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을 하듯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상 세계 형태의 메타버스 안에서 학교 동아리들은 노천극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학생들은 학과 점퍼를 입은 채 킥보드 등을 이용해 학교를 누비며 축제를 만끽했다. 건국대 홍보실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축제를 못 하게 되니까 총학생회 쪽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축제를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온라인 서버가 풀가동될 만큼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 하이브리드 강의실 등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업데이트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순천향대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15주짜리 메타버스 교양 강의를 열어 학생들의 아바타 출석을 허용하는가 하면,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게더타운을 활용한 온라인 총회를 열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디지털 신기술과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정치권에도 서서히 메타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한 젊은층의 메타버스 활용도가 높아지자,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정치권에서도 ‘엠제트(MZ) 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메타버스 안에서 진행된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에서 야구점퍼를 입은 ‘아바타’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 이낙연 전 총리와 박용진 의원이 제페토에 아바타를 만들어 시민과 소통에 나섰고, 야권에선 원희룡 제주지사가 “주 2회 이상 제페토로 소통하려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미국에선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닌텐도스위치 게임 ‘모여라 동물의 숲’ 안에 선거캠프 하나를 차리고,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는 메타버스 선거운동을 벌였다. 2016년 대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증강현실 기반의 게임 앱 ‘포켓몬고’를, 일본에서도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이 ‘동물의 숲’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당 총재 선거에 활용하려 한 적이 있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돈’이 되는 미래 먹거리로 기업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조원대 세계 시장이 형성됐지만, 10여년 새 30배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핵심 영역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VR) 세계 시장 규모가 2019년 455억달러(51조7000억원)에서 2030년 1조5429억달러(175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시장의 고용 규모도 2021년 262만명에서 2030년에는 2336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역시 202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8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 4월 ‘메타버스 비긴즈: 5대 이슈와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20여년간 준비와 과도기를 거친 메타버스 산업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본격적인 확산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유명한 로블록스·포트나이트·제페토의 사례를 보면, 관련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로블록스는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현재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었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레고를 닮은 아바타로 가상 세계에 들어가 블록 형태의 건물을 짓거나, 다른 이들이 만든 공간에서 3차원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하고, 반려동물도 기를 수 있다. 로블록스 쪽은 “게임하고, 제작하며, 상상하던 모든 걸 이루어보라”며 이용자들을 궁극의 가상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한달 평균 이 서비스의 이용자가 1억5000만명에 이르며, 특히 미국 초등학생 70%가 로블록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가질 수도 있다. 게임을 직접 만드는 이용자가 700만명, 이들이 만든 게임 수가 5000만개를 넘는다. 로블록스의 한해 수익은 2018년 7180만달러(825억원)이던 게 지난해 3억2870억달러(3778억원)로 4배 넘게 늘었다.

방탄소년단이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한 포트나이트도 가입자가 3억5000만여명에 이른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포트나이트에서 벌인 3일짜리 이벤트성 공연으로 2000만달러(227억원) 규모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기간 오프라인 공연에서 거둔 수익은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계열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가상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가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가 얼굴을 사진으로 찍으면, 자동으로 실물과 닮은꼴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가상공간에서 다른 이용자와 놀거나, 현실 이용자의 음성이나 문자로 대화도 가능하다. 현재 가입자가 2억명에 이르는데, 국외 이용자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 간 국경이 없는 메타버스의 장점을 극대화한 결과다. 제페토에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월드)이나 아이템을 만드는 이용자가 70만여명, 이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템 수가 200만개에 이른다. 누적 아이템 판매량도 2500만개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뒤 1700조원대 황금알을 낳는 시장

기존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나이키를 비롯해 고가 브랜드 구치와 루이뷔통 등은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아바타가 쓰고 있는 신발·가방·액세서리 등 가상 아이템 자체를 팔거나, 해당 아이템과 같은 실제 옷을 현실의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해 팔고 있다. 최근 구치가 로블록스에서 가상 아이템으로 판매한 가방 ‘구치 퀸 비 디오니소스’가 400만원대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제페토에 전시관을 열고 이용자가 아바타로 간접 시승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엘지(LG)전자가 ‘동물의 숲’에서 홍보용 이벤트를 여는가 하면,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그룹 일부 계열사가 신입사원 채용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서 독특한 형태의 신산업도 나타나고 있다.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 ‘어스2’는 자신들의 메타버스 안에 가상으로 만든 지구의 땅을 실제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하고 있다. 정교한 3차원 세계지도 위에 지표 면적을 10㎡ 단위 ‘타일’로 쪼개 파는데, 외국 유명 도시뿐 아니라 서울, 부산 등 국내 일부 지역 부동산도 타일당 20달러 안팎에서 거래된다. 마치 가상화폐처럼 실물 없는 가상 세계의 땅이 현실 세계에서 투자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산업공학)는 “메타버스가 가상공간이라고 해도 ‘공간’으로 가치 활용을 인정받고 있는 사례”라며 “물리적 땅처럼 가상의 땅도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공간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디지털 분신 격인 아바타들이 현실과 유사한 삶을 영위하는 만큼,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아바타끼리 교류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나, 돈을 목적으로 한 거래 사기들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친분을 쌓은 뒤, 상대에게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등 범죄는 벌써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국가정보원은 40대 한국 남성이 메타버스에서 친해진 ‘시리아 파병 미군’이라는 여성에게 수천만원 송금 사기를 당한 사례와 함께, 주로 서아프리카 범죄 조직들이 쓰는 범죄에 주의를 당부했다. 메타버스 안에서 다른 아바타를 잔인하게 패거나, 욕설을 한 뒤 달아나는 경우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정보 관리나 윤리 문제를 규율할 공적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메타버스 앱이 게임 형태를 띠면서,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정책 제안서 ‘메타버스의 구현과 긍정적 활용을 위한 극복과제와 해결방안은 무엇인가?’에서 “확장된 디지털 공간 내에서 신종 범죄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위 ‘메타폐인’이 생겨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메타버스 측면에서의 윤리 가이드라인이나 별도 규제, 관리 감독의 주체와 대상이 누가 될 것인지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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