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된 첫날인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차없는 거리에서 고깃집을 하는 주인이 사람이 없자 청소를 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저희는 항상 만석이고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인데, 지금 보다시피 (손님이 앉은 곳은) 두 테이블밖에 없네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처음으로 적용된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ㅇ씨는 4인용 테이블 15개가 놓인 텅 빈 가게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고깃집은 평소에 ‘맛집’으로 소문나 손님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지난 9일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식당에는 예약 취소 전화가 이어졌다. 이씨는 “직장인 회식이 있거나, 거래처 접대가 많았는데, 이제 다 끝난 것 같다”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예약 장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날 종각뿐만 아니라 강남, 신촌 등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퇴근 시간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시민들로 붐볐던 거리에는 전단지를 손에 쥐고 호객에 나선 상인들만 서성이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예약 취소가 많고 손님이 없어 휴업할지 고민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ㄱ씨는 “평소에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6시부터 8개 테이블 중 절반은 찼는데 7시까지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며칠간 아예 문을 닫을까 하다가 혹시나 하고 나와봤는데 역시나 손님이 없어서 내일부터는 한동안 문을 닫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각역 인근 곱창집에서 일하는 김현우(22)씨 또한 “지금 5∼6개 테이블에 손님이 있어야 하는데 한 팀만 있다. 사장님께서 오늘까지만 지켜보고 휴무를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신촌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강아무개(37)씨는 “손님들이 아예 안 오시는 걸 보니 다들 4단계를 잘 알고 계시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식당에 붙은 공지. 김윤주 기자
20~30대가 많이 몰리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샤로수길’에는 휴업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많았다. 샤로수길에서 우동집을 운영하는 임아무개(32)씨는 “코로나 시국에도 이 동네는 그래도 장사가 좀 되는 곳이고 옆 술집만 해도 사람들이 줄을 서던 곳인데 오늘은 쉬더라. 우린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쉬는 게 어렵고 일단 2주는 버텨보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들 또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보단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주변에서 만난 최아무개(39)씨는 “2인 제한이 걸리다 보니 문 닫은 가게들도 많아 술집을 가기보단 집에서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아무개(37)씨는 “지난주에 예약해둔 강남역 근처 고깃집이 이번 주부터 휴업에 들어갔는데 주변에 다른 고깃집들 한 곳도 전화를 해보니 임시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번 주와 다음 주 약속들을 미뤄야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자 정부의 방역조처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의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자영업자들만을 희생시키는 방역조치에 불복을 선언한다”며 오는 14일 밤 11시 국회 인근에서 심야 차량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올린 첫날인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올린 첫날인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일대.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장필수 기자, 사건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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