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검사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취재원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행위에 대해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언론인의 취재행위를 형벌로써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백아무개 <채널에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기자의 행위가 강요미수에 해당하려면 △이 전 기자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 언동을 해야 하고 △피해자도 이 전 기자가 검찰수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인식했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 등은 여권 관계자에 대한 비리를 제보받기 위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최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에게 지난해 2~3월 다섯 차례에 걸쳐 ‘유시민 이사장 등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가족까지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지아무개씨에게도 한동훈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들려주는 등 검찰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 대표에게 ‘신라젠 관련 수사가 강하게 이뤄질 것’, ‘가족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예측한 편지 내용이 “제보를 하지 않으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피해자를 겁주는 행위인 건 맞지만, 이 기자의 예측이 검찰과 밀접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전 대표 대리인인 지씨에게 한동훈 검사장과의 녹취록을 들려주거나 보여준 행위에 대해서도 “지씨가 정·관계 인사 금품 제공 장부나 송금자료가 있다고 말하면서 (검찰과 친분을) 증명할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전 기자가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들려준 행위는 지씨 요구에 따라 한 언동이지, 이 전 대표에게 해악을 고지(협박)한 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소속 기자로 구치소에 수감된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언급해 정보를 얻으려 한 행위는 기자 취재윤리 위반”이라며 “피고인들의 무리한 취재행위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갈등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 보루로,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건 매우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이 판결의 결론이 피고인들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전 기자는 선고 뒤 “‘검·언유착’ 의혹은 이제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배경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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