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취재윤리 어겼지만, 단죄 신중해야”…채널A 전 기자 1심 무죄

등록 2021-07-16 14:57수정 2021-07-17 02:36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검사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취재원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행위에 대해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언론인의 취재행위를 형벌로써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백아무개 <채널에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기자의 행위가 강요미수에 해당하려면 △이 전 기자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 언동을 해야 하고 △피해자도 이 전 기자가 검찰수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인식했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 등은 여권 관계자에 대한 비리를 제보받기 위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최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에게 지난해 2~3월 다섯 차례에 걸쳐 ‘유시민 이사장 등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가족까지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지아무개씨에게도 한동훈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들려주는 등 검찰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 대표에게 ‘신라젠 관련 수사가 강하게 이뤄질 것’, ‘가족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예측한 편지 내용이 “제보를 하지 않으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피해자를 겁주는 행위인 건 맞지만, 이 기자의 예측이 검찰과 밀접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전 대표 대리인인 지씨에게 한동훈 검사장과의 녹취록을 들려주거나 보여준 행위에 대해서도 “지씨가 정·관계 인사 금품 제공 장부나 송금자료가 있다고 말하면서 (검찰과 친분을) 증명할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전 기자가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들려준 행위는 지씨 요구에 따라 한 언동이지, 이 전 대표에게 해악을 고지(협박)한 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소속 기자로 구치소에 수감된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언급해 정보를 얻으려 한 행위는 기자 취재윤리 위반”이라며 “피고인들의 무리한 취재행위로 우리 사회가 극심한 갈등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 보루로,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 단죄하는 건 매우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이 판결의 결론이 피고인들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전 기자는 선고 뒤 “‘검·언유착’ 의혹은 이제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배경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사탄 쫓는 등불 같았다”...‘아미밤’ 들고 화장실로 시민 이끈 신부 1.

“사탄 쫓는 등불 같았다”...‘아미밤’ 들고 화장실로 시민 이끈 신부

윤석열 체포 2차 시도 초읽기…”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 2.

윤석열 체포 2차 시도 초읽기…”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

‘관저 김건희 개 산책 사진’ 어디서 찍었나…“남산에서 보인다길래” 3.

‘관저 김건희 개 산책 사진’ 어디서 찍었나…“남산에서 보인다길래”

유동규, 이재명에게 “왜 째려보냐”…재판장 “두 분 눈싸움 하시나” 4.

유동규, 이재명에게 “왜 째려보냐”…재판장 “두 분 눈싸움 하시나”

인해전술·헬기·확성기…전현직 경찰이 꼽은 ‘윤석열 체포 꿀팁’ 5.

인해전술·헬기·확성기…전현직 경찰이 꼽은 ‘윤석열 체포 꿀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