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와 집회시위의 권리 보고서 발표 기자간담회 : 방역과 집회, 선택이 아니다’에서 아샤 다산인권센터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스포츠 관람과 대중문화공연등의 (거리두기 제한) 인원은 완화하면서,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을 포기하면서까지 행사하는 권리는 가혹한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파업을 실시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장희 서울지회장이 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대응감시팀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와 집회시위의 권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공권력대응감시팀이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해 분석한 서울 집회 개최 현황을 보면, 2018년 집회 금지율은 0.003%(2만9592건 가운데 1건 금지), 2019년은 0.002%(3만6551건 가운데 1건)이었으나, 2020년 금지율은 11.06%(3만4944건 가운데 3865건)에 달했다. 2019년에 견줘 지난해 금지율이 5530배 늘어난 셈이다.
공권력대응감시팀은 집회 금지 조처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와 무관한 자의적 기준으로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중순∼8월 중순까지 서울시 하루 신규확진자 수는 50명대를 유지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운영을 중단했던 유흥시설, 학원, 종교시설 등을 지난해 4월20일부터 제한적으로 운영을 허용하며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했다. 그러나 집회 금지 구역은 계속 추가됐고, 집회 금지율은 지난해 3월 5.83%에서 같은해 9월 22.34%까지 늘었다. 집회 금지 조처는 거리두기 단계 하향 조정과 무관하게 유지된 것이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거리두기와는 별개로 집회금지 행정명령은 별도로 작용됐다. 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보다 언제나 한 단계 더높은 기준이 적용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집회는 별도로 구분되지 않지만, 지자체의 명령으로 집회에만 별도의 조처가 추가로 내려진 것”이라고 짚었다.
공권력대응감시팀은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서로 다른 기준으로 집회를 금지·제한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등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모든 형태의 집회를 금지하거나, 극소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집회만을 허용했지만, 광주와 울산은 △행정명령 발효 기간과 종료 기간 △실내·외를 구분한 인원 제한 조처 △핵심 방역수칙 준수 의무 강조 등을 행정명령에 적시했다.
집회 제한·금지 조처가 지역마다 다른 것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내려지기 때문이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희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가 집회 금지·제한 조처를 시·군“구청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회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지, 언제까지 금지하는지 기간 등 세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무기한 집회를 금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권력대응감시팀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최자에 따라 집회 제한·금지 조처가 차별적으로 적용됐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고 백기완 선생의 영결식은 집합 금지 위반 행위로 서울시가 고발했으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는 서울광장에서 운영했다. 또 인천시는 시청 주변의 집회를 금지했으면서, 드라마 촬영은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옥외 집회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우 시민건강연구소 활동가는 “미국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일어난 지역과 일어나지 않은 지역의 코로나19 사례를 분석했을 때 BLM 시위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가 있다”고 전했다.
공권력대응감시팀은 “방역 조처와 기본권은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며, 안전한 집회가 가능하도록 방역 당국은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집회 제한 금지 조처는 일시적인 것이어야 하며, 권리 침해를 가장 덜 하는 방안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집회 제한의 필요 최소한의 조건·방법·범위 등 규정하는 내용을 담도록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의 개정을 요구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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