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법학전문대학원생의 일반적인 성격, 자질, 태도를 표시)’: 내성적/외향적/보통’
법무부가 신임 검사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도교수로부터 받는 ‘법학전문대학원생 지도교수 평가서’의 한 대목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지원자들의 성격이나 태도를 물어온 건데 최근 로스쿨 내부에서는 인상비평 수준으로 검사 자질을 평가하는 게 실효성도 떨어지고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무부는 최근 건국대학교 등 전국 22개 대학에 “지원자들에 대한 검사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소속 법학전문대학원의 의견을 받아 임용에 참고하고자 한다”며 ‘법학전문대학원생 지도교수 평가서’와 ‘검사 임용에 관한 의견서(법학전문대학원장)’를 오는 30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내년 신임 검사 선발에 지원한 사람들에 대한 세평을 출신 로스쿨에 문의한 것이다.
25일 ‘지도교수 평가서’를 보면, 평가 항목 중 하나인 성격은 ‘내성적’, ‘외향적’, ‘보통’ 중 하나에 표시하게 돼 있다. 단체생활 또한 ‘적극적이다’, ‘보통이다’, ‘소극적이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동기간 친밀도를 묻는 항목에는 친밀도가 ‘높다’, ‘보통이다’, ‘낮다’ 등 3개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밖에 지도교수는 지원자의 장단점, 검사 적격 여부, 특기사항 등을 적어서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검사 임용 때마다 반복되는 법무부의 추천서 요구에 로스쿨 내부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의 한 사립대 교직원 ㄱ씨는 “성격을 외향적, 내성적으로 나누라는 건데 이 항목과 검사 자질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법무부가 추구하는 검사의 자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온라인 수업 외에 지도교수와 학생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학생 성격과 자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학생과 졸업생들 또한 평가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 국립대 로스쿨 3학년 ㄴ씨는 “성격이라는 인성은 객관적인 평가도 어렵고, 지도교수랑 친분이 있는 학생들만 유리하게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검사 임용과 지원자의 성격이 어떠한 인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로스쿨 3학년인 ㄷ씨도 “교수평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단체생활이나 성격을 무 자르듯 잘라서 객관식으로 묻는 방식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된다. 너무 옛날 시각으로 이뤄지는 것 같은데 관행이라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을 졸업한 직장인 ㄹ씨도 “검찰이 학교에 추천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지원자의 인성을 형식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인데 학교와 교수는 실적과 학생의 미래를 고려해 안 좋게 쓰기 어렵다”며 지도교수 평가서가 불필요한 요식행위 같다고 꼬집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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