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이라서 일회용 컵에 드렸어요.”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주문한 커피가 담겨 나왔다. 일회용 컵을 매장 안에서 사용해도 괜찮냐는 질문에 점원은 “상관없다”고 말한다. 매장에 있는 손님 약 20명이 주문한 음료도 모두 일회용 컵에 담겨있다. 서울 동작구의 프랜차이즈 카페도 “매장 내에서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줬다. 점원 ㄱ씨는 “코로나19라서 일회용 컵에 주는 것이 기본”이라며 “다회용기를 원하면 바꿔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25일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커피, 엔제리너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카페 파스쿠찌, 크리스피 도넛, 카페베네, 탐앤탐스, 커피베이, 디초콜릿 커피, 빽다방,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 15개 카페를 방문해 보니, 11개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15개 업체는 모두 지난해 환경부·자원순환연대와 일회용 컵 줄이기 자율협약을 한 카페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8월 카페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환경부는 일회용 컵 규제를 지방자치단체 권한에 따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시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이 시작됐다. 그 사이 하루 평균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지자체 처리 폐기물량 합산)은 2019년 776t에서 지난해 923t으로 약 19% 증가했다.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단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일회용 컵을 사용한 카페 12곳을 적발했다. 하지만 12곳 모두 1∼3월에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가기 전 적발한 사례다.
환경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의식해 카페의 일회용 컵 사용 규제 유예를 중단하는 것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 섣부르게 어떻게 하겠다 (결정하기) 어렵다. 검토해야 할 문제다. 질병관리본부가 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페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게 코로나19 전파와 전혀 상관없다고 지적한다. 김경우 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다회용기에 음식물이 담겨서 나온다. 세척만 제대로 하면 바이러스가 용기에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전파 우려가 없다”고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설거지나 소독만 제대로 하면 다회용기 사용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이런 부분은 새로운 내용도 아니라 연구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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