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학교 교정에서 한 대학생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채용 확정 뒤 최종 테스트가 있다는 말을 사전에 듣지 못했던 상황이었는데, 교육 기간 중 갑자기 최종 테스트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채용이 취소됐습니다.” (채용 취소 경험자 ㄱ씨)
“승무원 최종 면접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로 채용이 1년째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꿈도 포기하게 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상실감에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채용 취소 경험자 ㄴ씨)
코로나19 사태로 청년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으로부터 일방적인 채용 취소 또는 채용 지연 통보를 받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년 취업자 10명 중 7명은 채용 취소를 경험하거나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26일 ‘채용취소 사례 제보센터’ 등을 통해 접수한 채용 취소 경험자 사례와 ‘채용 취소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인식조사는 만 15살∼38세 청년 281명을 대상으로 올해 5월10일부터 한 달간 온라인 조사로 진행됐다. 올해 5월4일부터 6월10일까지 온라인으로 운영된 제보센터에서는 23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80명 중 72.9%(204명)가 ‘채용 취소에 대해 듣거나 경험하신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했다. 반면, ‘채용 취소 및 지연됐을 경우 구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예”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22.1%(62명)에 불과했다.
채용 취소나 지연에 대해 알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와 안전망에 대한 인식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취소 및 지연됐을 경우 구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77.9%(218명)가 “아니요”라고 응답했다. 또 ‘채용 취소 및 지연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49.6%(139명)이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법적 절차를 밟는다”와 “해당 기업에 직접 항의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각각 4.6%(13명), 7.5%(21명)에 불과했다.
청년유니온이 채용 취소 제보센터를 운영하며 얻은 채용 취소 및 지연 유형은 △일방적인 통보 및 불분명한 사유 △교육 기간 중 채용 취소 통보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취소 통보 △이직 과정에서 채용 취소로 인한 피해 등이다. 특히 채용 취소를 겪은 이들 중 상당수는 제보센터를 통해 “어디에서든 저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자존감 하락, 우울, 자괴감, 허탈함 같은 감정이 들고 의욕을 잃게 됐다”(ㄷ씨), “정신적 충격으로 몇 개월 동안의 휴식기가 필요했다”(ㄹ씨) 등의 의견을 보내며 정신적인 충격, 자괴감, 우울증 등을 호소했다.
김강호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구직 활동 중인 청년들은 부당해고 싸움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며 “부당해고 다툼은 이미 몇 년을 일한 노동자도 혼자서는 헤쳐가기 어려운 싸움이다. 채용 취소를 경험한 청년 구직자에게는 사실상 제도적 보호와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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