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그 가족들이 김포 한 호텔에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와 그 가족 377명이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정착했다. 정부는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적응 교육은 물론 생계비 등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입국한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은 모두 76가구 377명(남성 194명, 여성 183명)으로,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231명(61.3%)이라고 27일 밝혔다. 특히 만 6살 이하 아동도 110명(2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입국 직후 코로나19 이동식 유전자증폭(PCR·피씨아르) 검사를 받아 360명이 음성, 17명은 미결정으로 분류됐다. 미결정자 17명은 24시간 뒤 재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미결정자를 포함한 377명은 27일 아침 8시31분부터 김포에서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2주간 자가격리 뒤, 약 6주간 더 머무르며 한국어·문화·법질서 등 한국 사회 적응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이들의 안정적 초기 정착을 위해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지원비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영유아가 많은 점을 고려해 격리가 끝난 뒤에는 기숙사 내 임시 보육시설도 운영할 계획이다. 식단 역시 아프간 현지인들의 종교를 고려해 마련하고, 방역 관리 차원에서 도시락으로 제공한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이날 “법무부 주관으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고 자립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천군·음성 지역 주민들이 아프간인들을 따뜻하게 받아 주신 덕분에 임시 생활시설에 입소를 마쳤다”며 “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넓은 아량과 포용으로 큰 결정을 해주신 지역주민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 사회로 나가게 되는 날, 우리의 이웃으로 반갑게 맞아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아프간 현지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을 통상적인 난민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아프간 전쟁 참화로 인한 결과이지만, 우리 정부가 면밀한 회의와 판단을 거쳐 군용 수송기로 작전을 펼쳐 드라마틱하게 모셔온 분들이고 난민과는 구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난민이라는 용어를 피하려고 특별기여자라는 용어를 썼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출입국관리법이나 국적법상 난민이라는 원트랙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비자발급 형태가 있고 외국인 정책이 있다. (특별기여자 표현은) 이분들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난민정책에 대한 제 생각과 법무부의 지향이 분명히 있지만, 오늘은 어쨌든 (아프간 조력자들이) 진천으로 내려가서 우리나라에 정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난민정책에 대해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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