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야외 행사와 축제가 취소되면서 (일을) 다 못하게 됐어요.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거나 작은 공연 비제이(BJ)도 했는데 공연장이 없어져 버렸습니다.”(오디오비주얼 제작자 ㄱ씨)
‘어떻게 일자리를 잃게 됐나’라는 질문에 ㄱ씨가 작성한 답변 중 한 대목이다. 서울청년유니온과 ‘마포청년들ㅁㅁㅁ’는 지난 8월초 서울 마포구에 사는 20∼30대 청년예술가들의 사연을 접수하여 식료품과 손편지를 전달하는 캠페인 ‘문 앞에 두고 갈게’를 진행했다. 신청자들은 “공연장과 무대가 증발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면서 각종 공연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문화생활에 대한 수요마저 급격히 얼어붙자 청년예술가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들이 서울청년유니온에 보낸 사연을 31일 보면, “레슨(개인 교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주 쉬겠다더니 그게 한 달이 됐고 (학생은) 레슨을 관뒀네요. 코로나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니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피아노 연주자 ㄴ씨) “계획 중이던 공연이 무기한 연기돼 사실상 일자리를 잃었어요”(현대무용가 ㄷ씨) “공연 취소 및 연기로 1년8개월 동안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가 어려워졌어요”(뮤지컬 음향 장비 엔지니어 ㄹ씨) 등 코로나19로 사실상 ‘실업상태’라는 호소가 많았다.
당장 수입이 없어지고 미래 수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청년예술가들은 아르바이트나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록밴드 ‘데드버튼즈’에서 기타·보컬을 맡고 있는 홍지현(29)씨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춘 채 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작년에만 프랑스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3개가 연달아 취소됐고 관련 투어 일정도 모두 중단됐다. 10년 가까이 외국 시장에서 활동을 해왔는데 밴드가 클 기회를 놓치게 됐다. 예술가들에게 공연은 수입 이상의 의미이고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데, 공연이 사라졌다”며 허탈해했다. 서울청년유니온은 홍씨 등 10명을 선정해 통조림, 떡볶이, 즉석밥 등을 손편지와 함께 직접 전달했다. 홍씨는 “비건(채식주의자)인 점도 고려해 음식을 전달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예술인들의 어려움은 서울 마포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예술인들의 정부 지원금 신청 건수도 코로나19 직후 폭증했다. 예술인 1명에게 300만원을 지원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2019년 9018명(선정자 5500명)이었던 신청자는 2020년 3만401명(선정자 1만5260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1만6673명(선정자 6000명)이 지원금을 신청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상반기 선정자 6000명 중 5604명이 기준 중위소득 30%(1인 가구 기준 월 54만8349원) 이내였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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